루가노시, 디지털 교육센터 운영 이메일 작성부터 AI 사용법까지 대학생 봉사자가 무료로 가르쳐
지난달 17일 스위스 루가노의 ‘푼토 디지탈레 인레테’ 센터에서 안나 무드리 씨(왼쪽)가 대학생 자원봉사자 니콜 마르티네스 씨에게 이메일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루가노=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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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안나 무드리 씨(73)가 지인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고령자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가르치는 자원봉사자 니콜 마르티네스 씨(26)가 그와 나란히 앉아 단체 메일 보내는 방법, 연락처 그룹 만들기 등을 1시간 가까이 자세히 설명해줬다.
이처럼 루가노시는 2022년부터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 중심 도시를 지향하는 루가노는 각종 일자리 공고가 거의 온라인으로 공지되자, 노년층도 일자리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간단한 디지털 기술 이용에도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이 예상보다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교육 내용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 많은 노년층이 간단하게는 이메일 사용과 온라인 티켓 예매, 복잡하게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사용 등을 배우기 위해 센터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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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벽을 빼곡하게 채운 포스트잇 메모지엔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줘서 학생들에게 고맙다” 같은 노인 수강생들의 감사 인사말이 남겨져 있었다.
루가노시는 가상자산 산업과 관련 스타트업을 유치 및 육성하는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디지털 기술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을 최대한 아우르겠다는 방침이다. 소도시 특성상 노년층 인구 비율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모니카 알리프란디 루가노시 일자리·교육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산업혁명이 큰 변화를 몰고왔듯 지금은 디지털 혁명의 시대”라며 “젊은 세대와 노년층이 함께 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루가노=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