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질의하며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10.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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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고성과 막말로 얼룩졌다. 여당 성향의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윤석열(전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의 대법원을 일본의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조 대법원장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합성한 패널을 들어보였다. 도요토미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국회 경위를 호출했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혼자 다 해먹어”라고 일갈했다. 인사말만 한 뒤 이석하려던 조 대법원장은 90분간 국감장에 머물며 이 광경을 지켜봤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대법원 등을 상대로 한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어떠한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며 ”삼권분립 체제를 가지고 있는 법치국가에서는 재판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회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이 조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앉혀 대선 개입 의혹을 따져묻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증인으로 참석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간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은 인사말만 한 뒤 이석하고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답변하는 게 관례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5.10.13/뉴스1
하지만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하고 질의응답을 강행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최혁진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원래 대법원장으로 유력했던 후보를 굳이 반려하고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친일 보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인사를 추천해 조희대 당시 교수를 낙점한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이 김건희 여사의 계부 김충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무조건적 친일 행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친일 네트워크를 강화한 것”이라고도 했다. 최 의원은 질의시간이 끝나갈 무렵 ‘친일사법 사법내란’ ‘조요토미 희대요시’ 등이 적힌 패널을 들어보였다. 조 대법원장은 최 의원의 발언에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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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의 국정감사 운영에 항의하고 있다. 2025.10.13. 뉴시스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 이석 불허를 두고 야당의 항의가 이어지자 의원들과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추 위원장은 국민의힘 곽규택·신동욱 의원 등을 향해 “시끄럽게 떠들지말라” “조용히 하라” “초등학생이냐” “스스로 자격없다고 생각하면 퇴장하시라” 등 쏘아붙였다. 야당 의원들은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질의하는 도중 위원장석까지 나가서 항의하자 추 위원장은 “회의 진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국회 경위를 호출해 “회의 진행에 심각한 방해를 받고 있다”며 “위원장 자리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여당 의석을 바라보며 “이게 국회냐, 혼자 다 해먹어”라고 수차례 소리쳤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무너지는 장면, 대한민국 국회가 무너지는 장면”이라고 했다. 신 의원은 “서영교 의원님 제 눈 똑바로 쳐다볼 용기나느냐, 최혁진 의원님 이렇게 방송할거면 열린공감TV 가서 방송하라”며 “국회의원들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나, 이렇게까지 막 나갈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때 서 의원이 “신동욱 그렇게 망가질 수 있나” 등 비꼬는 발언을 이어가자 신 의원은 “조용하라고, 서영교”라고 맞받았다. 신 의원은 이어 “아무런 근거도 없는 한덕수(전 국무총리)와 조희대(대법원장)이 만났다는 거짓뉴스를 가지고 사법부를 이렇게 망가뜨리면서 부끄럽지 않느냐, 추미애 위원장”이라고 꼬집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