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성의 15% 우울증 시달려… 극단적 온라인 커뮤니티로 눈길 美 남교사 비율 24%로 감소세… 사회복지사-심리학자도 부족 남성이 편하게 상담하기 힘들어 이공계열 여성 비율 늘리는 만큼 인문계열 직군 男 진출도 도와야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리처드 리브스 지음·권기대 옮김/376쪽·2만2000원·민음사
미국에선 여성의 기회 증진을 위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직업 내 여성 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저자는 남성들도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HEAL(건강, 교육, 행정, 문해력) 분야 교육과 진출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돌봄, 상담 등 영역에서 남학생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남성 멘토’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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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겪는 어려움은 통계로 드러난다.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15세 남학생이 읽기와 수학 기본 능력 시험에서 실패할 확률은 여학생보다 50% 높다. 또 캘리포니아주에서 15∼44세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의 3배나 된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이 “너무나 많은 젊은 남성과 소년이 공동체와 단절된 채 고통받고 있다”며 이들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책은 1, 2장에서 남성이 경제적 불안정, 정서적 고립에 빠지는 현상을 다룬다. 일부 남학생들이 뇌 발달 지연으로 겪는 학업 부진 문제, 일자리 감소를 제시한다. 특히 미 남성의 약 15%는 가까운 친구가 없고 외로움과 우울증에 빠지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로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세상이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 같은 단어로 프레임을 씌워 비난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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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은 미국의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이 남성 문제 해결에 실패한 원인을 분석했다. 저자는 좌파 정책은 주로 여성을 중심으로 한 성평등과 급진적 페미니즘에 치중해 남성들이 마주한 어려움을 간과했다고 짚는다. 반면 우파 정책은 전통적 남성성 유지에만 집착하며, 교육 개혁이나 사회 복지 지원엔 소극적이다. 그 탓에 저소득층과 교육 수준이 낮은 남성들은 경제적 기회를 더 박탈당하게 됐다.
저자는 정치 이념을 넘어 교육 체제와 노동 시장, 사회 시스템이 남성과 소년들을 포함한 모든 성별에게 공정하고 적응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직업 내 여성 비율을 높이는 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HEAL(건강, 교육, 행정, 문해력) 직군에 남성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등의 제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이 책을 여름휴가 때 읽을 추천 도서 중 하나로 꼽았다. 저자가 2017년 현대 미국의 계급 역학을 파헤친 ‘20 VS 80의 사회’는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국내에선 이달 1일 출범한 ‘성평등가족부’에 ‘성형평성기획과’가 신설돼 성별 불균형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관련 이슈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일독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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