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에는 줄기차게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날이 많았습니다. 가을장마, 아니 ‘추석 장마’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시간은 갖지 못했죠.
지난 여름에 동해바다에서 초저녁 별을 찍다가, 우연히 달이 뜨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적이 있습니다. 경북 울진 망양해수욕장에서 갤럭시 S25 휴대폰 ‘천체사진’ 모드로 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카시오페아가 보이고, 은하수가 흘러가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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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밤하늘 흰구름 사이로 은하수가 흘러가는 모습까지 찍혔습니다. 어선의 불빛과 달이 떠오르는 월출의 붉은빛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이번 추석에도 초저녁 별과 함께 한가위 보름달이 떠오르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꼭 찍고 싶었는데…. 비구름이 많이 껴서 별도 달도 찍지 못했네요.
● 고흥 우주천문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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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별을 제대로 찍으려면 인공적인 불빛이 없는 곳으로 가야합니다. 산 속이나 바닷가 같은 곳이죠.
전남 고흥에 있는 우주천문과학관에서도 별사진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고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나로호 발사대가 있는 곳이죠. 그래서 우주, 천문과학 관련 시설이 많습니다. 또한 도심의 불빛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별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는 천체망원경을 통해 달의 표면도 볼 수 있고, 목성과 토성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천체망원경도 좋지만, 제 휴대폰으로 야경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밤 하늘 별을 찍을 때는 반드시 그 지역이 어떤 곳인가를 알 수 있는 지형지물을 넣어서 찍어야 합니다. 그냥 밤하늘 별만 찍는다면, 어느 지역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똑같은 사진만 얻게 되지요. 장소를 알 수 있는 산세나 나무, 건물 등을 살짝 걸쳐서 찍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이니 망원경과 천문과학관 건물을 배경으로 밤하늘 별을 찍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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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휴대폰도 ‘야간모드’가 있지만, ‘천체사진 모드’를 활용하면 더 좋은 별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휴대폰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삼각대가 필수죠. 삼각대나 셀카봉은 다리를 최대한 짧게 해서 바람에도 안 흔들리게 해줍니다. 삼각대나 셀카봉이 없을 때는 나뭇가지나 의자, 돌멩이 등 자연지물을 이용해 카메라를 잘 세워둡니다.
또한 선명도와 명료도도 100으로 올려줍니다. 이렇게 되면 깜깜했던 화면에서도 더 많은 별들이 나타납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던 흐릿한 별에서 오는 빛도 카메라가 잡아냈던 것입니다.
● 배경 속 지형지물 이용하기
재작년 겨울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 보홀섬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딸과 아들. 온가족이 모두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보홀섬의 고투다이브(Go2dive) 리조트에서 저녁을 먹고나니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떠 있더군요.
해변에는 간조라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났는데요. 낮에 손님을 실어나르던 필리핀 전통 어선인 방카(Bangka) 배가 모래사장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랜턴 불빛을 켠 필리핀 아저씨는 바닷가를 돌면서 해루질을 하고 있었죠.
별사진을 찍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이 ‘현재의 장소를 알려주는 특징적인 사물’을 사진 한 구석에 넣어줘야 한다는 점인데요. 밤하늘 별 사진만 보여주고, ‘여기가 보홀의 밤하늘’이라고 주장한다면 믿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야자수 나무를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좋은 것은 바로 해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방카 배였습니다. 방카 배에는 ‘Go2dive’라는 다이빙샵의 이름까지 써 있었으니 현장을 증명하는 좋은 사물인 셈입니다.
배를 피사체로 넣기 위해 해변으로 내려갔습니다. 물이 빠진 해변에는 배를 묶어놓는 쇠고리가 박혀 있는 납작한 콘트리트 돌덩어리들이 놓여 있었는데요. 돌덩어리 위 쇠고리에 휴대폰을 기대 놓고 밤하늘의 별을 촬영했습니다. 방카배가 화면의 아래쪽에 자리잡고 최대한 밤하늘의 별이 많이 보이는 각도를 설정해 세워두었습니다.
컴컴한 바닷가에서 별사진 한 컷을 촬영하는데 4분을 기다리는 시간은 무척 길게 느껴집니다. 어두운 곳에서 파도소리만 들으며 홀로 있기엔 무섭죠. 그래서 리조트 안에 있던 가족들을 촬영장소까지 불러냈습니다. 아내와 나, 딸과 아들이 물빠진 모래사장의 콘크리트 돌덩어리 위에 옹기종기 앉아서 4분을 기다렸습니다.
배가 제대로 안나와서 다시 4분을 기다렸습니다. 더 많은 별빛을 담기 위해 울트라 광역 촬영 모드로 놓고 또 4분을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30분 이상 가족끼리 어두운 바다에서 밤하늘 별자리 야경을 촬영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죠. 별자리 사진 촬영은 동영상이 아니라 크게 떠들어도 상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리까지 사진에 담길까 두려워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때도 한참 별사진을 찍다보니 동쪽 하늘에서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인 정월 대보름 즈음이었기 때문이죠. 대보름달은 구석이 약간 찌그러졌지만, 그래도 넉넉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못 본 보름달을 필리핀 보홀에서 보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