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던 빗자루·소쿠리가 미국에서 ‘작품’으로 부활했다. 사진은 ‘Made in Korea(한국에서 만들어짐)’가 적혀있는 연호정 작가의 ‘분청 소주병·화병’. 갤러리 코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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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골목, 창문 너머로 오래된 빗자루와 소쿠리가 놓여 있다. 한국에서도 점점 자취를 감추는 생활 도구들이 이곳에서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현지인과 교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소더비 경매에서 달항아리와 나전칠기함이 수억 원대에 거래되는 등 한국 공예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직접 한국 공예를 알리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한국 공예 공간 ‘스튜디오 코(Studio Kō)’를 운영하는 유이비 대표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미국으로 유학 온 그는 “일본 공예는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 공예는 아직 소개조차 되지 못했다”며 “생활 속 익숙한 물건들이 사실은 세대를 이어온 지혜와 미학이 담긴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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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코에서 판매 중인 빗자루와 소쿠리. 각각은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격의 3배가 넘음에도 품절 상태이다. 스튜디오 코 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동균 장인의 빗자루(180달러·25만 원), 김계일 장인의 소쿠리(400달러·56만 원)는 현지에서 ‘작품’으로 팔리며 품절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교포들에게는 뿌리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 현지인들에게는 절제된 아름다움이 담긴 예술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실용성 속에 담긴 ‘절제의 미학’
갤러리 코엔에 전시돼 있는 달항아리의 모습. 갤러리 코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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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공예의 힘은 ‘전통과 현대의 균형’
김예지 작가의 ‘질감에서 형태로’ 개인전 모습. 모든 제품은 수세미의 재료인 루파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갤러리 코엔 제공
다른 국가와의 교류와 재해석을 통해 발전해 온 한국 공예는 “전통을 잊지 않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중용의 미학을 지니고 있다. 이런 감각이야말로 한국적인 것을 세계로 확장할 원동력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수세미의 재료인 루파로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는 김예지 작가의 작품. 스튜디오 코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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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한국이 쓰여진 연호정 작가의 화병. (오른쪽) 이지호 작가의 방짜 유기 그릇. 갤러리 코엔 제공
그는 오히려 이런 점이 K-공예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결국 오래 두고 쓰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며 “한국 공예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은 바로 그 지점에서 특별하다”고 했다.
스튜디오 코의 전시 공간 갤러리 코엔을 둘러보는 사람들. 갤러리 코엔 제공
“한국 공예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물결로 세계에 자리 잡을 겁니다. 언젠가 한국 작가들이 직접 LA에 와 새로운 영감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아트 레지던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