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부문 상금 1억 원씩 이진강 인촌기념회 이사장 “인촌처럼 어려움 극복, 감동-울림” 수상자들 소감 “다문화 아이들 위해 계속 봉사”… “감수성-통찰력 더욱 연마할 것” “한반도 문제 노력에 위로-격려”… “강의실-연구실 잇는 다리 놓겠다”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9회 인촌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인순 해밀학교 이사장, 신달자 시인, 김범준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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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9회 인촌상 시상식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30일 열렸다. 인촌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유지를 이어 나가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진강)와 동아일보사는 인촌 선생의 탄생일인 10월 11일에 맞춰 매년 시상식을 진행해 왔으나, 올해는 한가위 연휴를 고려해 일정을 앞당겨 30일 진행됐다. 이날 수상자는 △해밀학교(교육) △신달자 시인(언론·문화)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인문·사회) △김범준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과학·기술)로 각각 상장과 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수상자 공적은 본보 9월 8일자 A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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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인촌상 운영위원장은 수상자 선정 경위를 보고했다. 운영위원회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후보군을 추린 뒤 6∼8월 수차례 회의를 열고 최종 수상자를 확정했다.
가수 인순이로 널리 알려진 김인순 이사장(68)이 2013년 강원 홍천군에 설립한 해밀학교는 ‘흐린 하늘이 갠 뒤 밝게 빛나는 배움터’라는 이름이 말해 주듯 다문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학교다. 다양한 이주 배경의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학습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교사들이 다국어 자동 번역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적 교육도 선도하고 있다. 2023년 강원도 최초로 구글 레퍼런스 스쿨에 선정됐다.
김 이사장은 시상식에서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히며 “제 사춘기가 힘들고 길었는데,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 옆에서 열심히 살면 아이들도 자기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인촌상을 받게 됐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사회에서 늘어나는 다문화 아이들 생각하면서 봉사하겠다. 이런 길이 제가 받은 사랑을 갚고 나라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신달자 시인(82)은 1964년 여성지 ‘여상’에 시 ‘환상의 방’이 당선됐고, 박목월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단 활동에 나섰다. 여성 특유의 심미감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삶의 고뇌를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하며 여성성을 바탕으로 시 세계를 확장했다. 어려운 삶의 모습을 따뜻한 온기로 표현하며 공감을 얻었고, 한국의 대표적 여성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신 시인은 “제가 상상도 못한 인촌상을 받는다는 비현실적인 소식에 눈이 젖어왔다”며 “나이가 들더라도 감수성과 통찰력을 더욱 연마하면서 ‘이 빠진 연장’이 되지 않기 위해 맡은 일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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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교수(49)는 2008년 최고 권위 학술지인 ‘Physical Review Letters’에 이리듐 산화물에서의 새로운 부도체 상태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전자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일반적 물리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강상관 물질 중 이리듐 산화물에 대한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최근 세계 최초로 스핀 액정 상을 관측해 양자컴퓨팅과 초전도체 등 미래 혁신기술 분야 경쟁력 향상에 기대감도 낳고 있다. 또 비탄성 공명산란 연구 기법을 최초로 도입한 대형 장비를 포항 가속기연구소에 구축했다. 김 교수는 “교육과 문화의 힘으로 미래를 열고자 했던 인촌 김성수 선생님의 뜻이 인재를 길러 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데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니 수상이 무겁고 따뜻한 당부로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연구실, 강의실 그리고 국가 연구시설을 잇는 든든한 다리를 놓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엔 수상자들과 가족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축하 공연은 동아국악콩쿠르 입상자 위주로 구성된 퓨전 국악공연팀이 펼쳤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