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서 3년간 6185명 감소 협력업체 일자리 급감 연쇄 타격 “기업환경 악화 제조업 공동화 유발”
지난달 찾은 충남 서산시 중앙로 일대 모습. 곳곳에서 공실 상가가 눈에 띄는 가운데 ‘임대 문의’ 안내 현수막만 붙어 있다. 서산=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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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용 창출에 적극 기여해 왔던 전통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해당 산업의 생산 시설이 위치한 지역 경제 위기로 번질 수밖에 없다. 최근 석유화학·디스플레이·철강 산업의 위기가 충남 서산, 전남 여수, 경북 포항 등 해당 지역의 장기 침체로 이어져 이들 지역이 ‘한국판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석 대상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SK지오센트릭, 여천NCC 등 석유화학 주요 기업 5곳,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 2곳,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 3곳이다. 각 산업군 협회에서 꼽은 매출 기준 상위 기업들이다. 석유화학·디스플레이·철강은 현재 구조조정이 거론되는 주요 업종으로, 2023년 9월 한국신용평가가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시장 변화에 따른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꼽았던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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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5대 기업 직원 1100명 떠나… 철강도 인력 20% 감축
석화-디스플레이-철강 고용 급감
대산산단 일부 시설 장기 가동중단… 지역엔 석달 넘게 빈 상가 수두룩
디스플레이도 직원 14% 감소 ‘한파’
“10년간 정부 무관심속 해법 안보여… 위기산업 관리에 역량-재원 투입을”
대산산단 일부 시설 장기 가동중단… 지역엔 석달 넘게 빈 상가 수두룩
디스플레이도 직원 14% 감소 ‘한파’
“10년간 정부 무관심속 해법 안보여… 위기산업 관리에 역량-재원 투입을”
● 석유화학, 대기업 5곳서 1100명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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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석유화학 부문)은 현재 직원 수가 6047명으로 2022년 6670명에서 9.3% 감소했다. 여기서 인원을 더 줄이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대산공장과 여수공장에서 58세 이상 직원의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간 사업부 재편으로 인력 변동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산시 인구는 올 7월 17만9579명으로 18만 명 선이 무너졌다. 석유화학 기업 직원이 줄면서 그 가족들까지 함께 지역을 떠나기 때문이다. 중국발 물량 공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5대 석유화학 기업 직원 수는 2022년 1만6513명에서 올 6월 1만5415명으로 1098명 감소했다.
● 지역경제와 협력업체에도 연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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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인력 감축은 ‘현재 진행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포항 1제강공장, 지난해 11월 포항 1선재공장을 각각 폐쇄했다. 현대제철 포항2공장은 올 6월부터 무기한 휴업을 결정했다. 이로 인한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올해만 두 번째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협력업체 직원 등을 통칭하는 ‘소속외 근로자’가 최근 2년 반 사이 1만98명(2022년 12월)에서 8125명(올 6월)으로 20%가량 줄었다. 원청기업의 위기 상황에 협력업체도 연쇄 타격을 받은 것이다.
철강기업 인원 축소는 포항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포항의 중심 상권 시장 상인들은 “요즘 경기 침체 때문에 매출이 평소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소연을 한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최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철강관세 인하를 호소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건설업 장기 침체에다 미국 철강 관세 50% 부과가 맞물리면서 철강 산업이 붕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오랜 불황에 시달린 디스플레이 업계도 고용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2만9272명이었던 직원 수가 2만5057명으로 14.4% 줄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석유화학, 철강 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위기 극복 해법이 보이지 않을 만큼 곪아 터졌다”며 “정부가 소위 ‘잘나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산업을 밀어주는 것만큼이나 위기 산업 관리에 역량과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