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는 3일 강원 강릉시 홍제정수장에서 펌프 트럭들이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강릉 지역 주요 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전날 14.4%에서 더 떨어져 14.1%를 기록했다. 2025.09.03. 강릉=뉴시스
기상 당국에서는 “항공기 등 실험 장비가 확충된다면 인공강우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기후 대응 기술 개발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인공강우 관련 예산은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인공강우 기술 개발에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간당 1mm씩 9시간 강우량 증가 가능”
3일 국립기상과학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5년간(2020~2024년) 인공강우 실험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다목적 기상항공기 1대와 9월에 추가로 임차한 전용기 2대로 강원 영동지역 일대 1000㎢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한 결과 하루 최대 8.5mm까지 증우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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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 기술은 구름 속에 빙정핵 또는 응결핵 역할을 하는 구름씨를 뿌려 인공적으로 비나 눈의 양을 증가시키는 기상 조절 기술이다. 마른하늘이 아닌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는 구름에 인위적으로 영향을 줘 비를 내리게 한다. 항공기 1대는 1시간씩 운항할 수 있어서 여러 대를 연쇄적으로 띄워야 장시간 인공강우를 내릴 수 있다. 보통 1시간 동안 개당 30만 원꼴의 구름씨 24개를 뿌리기 때문에 하루 9시간을 가동하면 약 6500만 원이 든다.
국립기상과학원은 2018~2023년 기상항공기 1대로 실험을 진행하다가 지난해 전용 항공기 2대를 추가로 임차했다. 비구름이 많거나 비가 내리는 날씨에 띄워야 해서 1년 중 실험할 수 있는 날은 90일 정도다. 인력난 등의 이유로 지난해 실험일은 43일에 그쳤다. 산불 예방 효과성 검증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올해도 강수량이 많은 7, 8월에는 항공기를 띄우지 않았고 봄, 가을철을 위주로 실험 일정을 편성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가뭄과 산불 예방을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전에 수분을 공급해 대기와 토양이 덜 마르게 한다는 점은 같다”며 “기상청의 강수 예측성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인공강우도 가뭄 예방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릉 지역의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는 3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에 바닥이 드러나 있다. 강릉 지역의 주요 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전날(14.4%)보다 더 떨어진 14.1%를 기록했다. 2025.09.03. 강릉=뉴시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기상청 내 자체 예산으로 인공강우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인공강우 기술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6월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정부 내년 예산안에 포함되진 않았다. 김 의원은 “산불, 가뭄이 빈번히 발생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더 체계적인 인공강우 기술 육성이 필요하다”며 “‘인공강우 기술 진흥법안’이 통과되면 상용화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 이어 삼척도 비상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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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여파는 강원 동해안 인근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삼척시는 원덕읍 이천리, 미로면 하사전리, 노곡면 여삼리, 신기면 고무릉리 등 4개 리 80여 가구에서 생활용수가 고갈돼 비상 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지하수와 계곡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했으나 장기간 가뭄으로 수원이 말라붙었다.
삼척의 올해 강수량은 2일 기준 472.7mm로, 평년(812.9mm) 대비 58%에 그친다. 가뭄이 장기화하면 농업용수 확보에도 차질이 예상돼 시는 하천 준설과 양수기 투입 등 농업용수 대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