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지킴] 임경수 전북 정읍시 고부면보건지소장 열악한 농촌 의료 공백 해소…‘시니어 의사’ 제도 활성화로 가능
임경수 전북 정읍시 고부면보건지소장(정읍시 제공)/뉴스1
대한응급의학회 창립멤버이자 응급의료계 거목으로 불리던 임경수(68) 전북 정읍시 고부보건지소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대학원 교수와 병원장을 거치며 수많은 생명을 살린 응급의료 전문가가 시골 보건지소로 온 이유는 ‘열악한 농촌 의료’ 현실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다.
정읍아산병원장을 지낸 임 소장은 지난해 9월 병원장직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고부보건지소에서 ‘시니어 의사’로서 지역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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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전북 정읍시 고부면보건지소장/뉴스1
의사로서 임 소장의 경력은 화려하다. 그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33년간 근무하며 응급의료 체계를 구축했고,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과 대한외상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국내 응급의료계를 이끌었다.
임경수 전북 정읍시 고부면보건지소장/뉴스1
임 소장이 보건지소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삶의 균형과 사회봉사 의지였다. 오랫동안 재단 업무를 경험한 그는 ‘죽기 전 2년 정도는 사회봉사를 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내의 반대 때문이다. 연봉 4억 원을 포기하고 월 300만 원의 보건소장을 택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임 소장은 6개월간 꾸준히 설득했고, 결국 승낙을 얻어냈다. 그리고 임 소장은 홀로 5평 남짓한 옥탑방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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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울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초기 위암 치료까지 받았지만,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었다”면서 “정읍으로 내려오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줄고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서울로 올라가면 다시 병이 터질 것 같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건강까지 좋아지는 등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임 소장이 직접 겪은 농촌 의료 현실은 쉽지 않다.
그는 “전국 장애인 발생률이 평균 5.1%인데, 전북은 7.5%, 정읍은 10%를 넘는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환자가 고령이고 운전을 할 수 없다. 버스 운영 횟수도 적고, 택시를 타면 2~3만 원이 들기 때문에 병이 있어도 참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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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니어 의사 확대가 농촌 의료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이들이 정착하는 데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사학연금이다.
임 소장은 33년간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며 퇴직 후 한 달 약 450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보건지소장으로 오면서 월 300만 원 수준의 임금 계약을 했다.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돼 연금이 끊기면서 사실상 ‘놀면 450만 원, 일하면 300만 원’을 받는 셈이다.
그는 더 많은 시니어 의사가 농촌으로 향할 수 있도록 사학연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간 내 법 개정이 어렵다면 공무원이 아닌 신분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퇴직 의사들이 농촌에 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시니어 의사 제도가 확대될 경우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지역사회 건강과 희망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읍=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