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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이던 2019년 말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여권의 갈등이 극에 달하던 때였다.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던 윤 총장은 그 와중에 울산지검에서 맡고 있던 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가져와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청와대가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후보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경쟁 후보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 대해 ‘하명 수사’를 지시하는 등 개입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사건은 윤 당시 총장이 중용했던 검사들에게 맡겨졌다. 그 후 3개월 만에 수사팀은 송 전 후보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에게 상대 후보인 김 의원에 대한 수사를 청탁했고,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비리 첩보를 경찰에 내려보내 수사하도록 했다며 이들을 기소하려 했다. 기소 여부를 놓고 서울중앙지검에서 의견이 엇갈리자 윤 당시 총장이 직접 나서 기소를 진행시켰다.
▷3년 10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은 유죄였다. 재판부는 송 전 후보와 황 전 청장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며 “경찰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사적으로 이용해 선거에 개입한 행위는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여타 피고인들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올 2월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고법은 유죄가 의심되긴 하지만 하명 수사를 지시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고, 1심에서 핵심 증거로 인정했던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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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검찰권 행사로 인한 피해를 감안하면 수사와 기소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수사라인은 갈등을 빚던 정치 권력을 향해 칼을 뽑아 들듯 수사를 했고, 한 사람의 진술 증거를 앞세워 기소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고 하는데 5년 7개월간의 재판 끝에 대법원은 이번 사건 공소장에 큰 구멍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 결과 “정치적 수사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시 검찰총장과 수사 검사들은 무리한 기소로 오랜 기간 고통받았을 피고인들에게 이제라도 미안함을 느껴야 할 것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