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일본 유학을 다녀온 그는 무대에 오르고 행보 하나하나가 주목받는다. 부호의 아들로 작가, 연출가인 김우진. 예술가의 길을 걷고 싶지만 사업을 이어받으라는 아버지의 요구에 고뇌한다.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탄 후 대한해협에서 사라진 두 사람.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둘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여긴다. 이들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연극 ‘사의 찬미’에서 대한해협을 건너는 배에 탄 윤심덕(전소민·왼쪽)과 김우진(윤시윤)이 손을 꼭 잡고 있다. 쇼앤텔플레이·위즈덤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극 ‘사의 찬미’는 윤대성 작가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다시 창작한 작품이다. 무대에 불이 켜지면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등장한다. 192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머물던 그는 연인이라 여긴 이에게 배신당하고 조선으로 돌아가 이혼당할 상황에 놓인다. 충동적으로 다리 위에 오른 나혜석은 조선 여성 로미를 우연히 만난다. 나혜석은 로미의 초상을 그리고 둘은 삶과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은퇴를 앞둔 경찰 요시다는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로 소설을 쓰기 위해 그들의 친구 홍난파를 찾아간다.
서로를 끌어안은 윤심덕(서예화)과 김우진(이충주). 쇼앤텔플레이·위즈덤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존 인물과 함께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윤심덕과 김우진의 궤적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구성은 몰입도를 높인다. 예술에 대한 갈망, 사회의 규범, 가족에 대한 책임에 수없이 망설이고 고민하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나’를 찾아간 이들. 각자의 삶을 어떻게 채색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여성에게 더 무거운 굴레를 씌우는 현실을 비판하며 점점 마음을 여는 나혜석과 로미의 모습은 다정하다. 마음이 향하는 대로 살길 원하는 젊은 날의 나혜석은 빛난다.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는 그의 마지막을 알기에 싱그러운 나혜석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작품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재치 있고 때론 엉뚱해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중간 중간 배치돼 강약을 리듬감 있게 조절한다.
노래 ‘사의 찬미’를 부르는 윤심덕(서예화). 쇼앤텔플레이·위즈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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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경성과 파리를 그림 같은 영상으로 구성한 무대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8월 17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서울 U+ 스테이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