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비쌌던 ‘울트라머린’ 등 예술 작품 속 재료-색채 분석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강민지 옮김/368쪽·2만 원·미래의창
사진출처=pixabay
저자는 스페인 라코루냐대에서 재료과학을 연구하는 화학자다. 예술 속 색채와 재료를 화학의 언어로 읽어내면서 과학이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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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울트라머린의 가치가 정점에 달했다. 청금석을 깨지 않고도 울트라머린을 합성할 방법이 시급히 필요했다. 1824년 프랑스 국가산업진흥협회는 300프랑 이하의 비용으로 울트라머린 합성에 성공하는 사람에게 6000프랑의 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화학자 장바티스트 기메가 1828년 산업용 울트라머린을 최초로 개발했고, 이후 합성 울트라머린은 ‘프렌치 울트라머린’으로 불리게 됐다.
제프 쿤스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뒤편에 설치한 조형물 ‘튤립’은 강철로 만들어졌다. 강철은 철과 탄소가 혼합된 합금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산화된다. 이를 막기 위해 크롬을 첨가했다. 크롬은 철보다 먼저 산화돼 철을 보호한다. 이 과정에서 얇은 산화막이 형성되는데, 이 층은 프라이머처럼 표면을 정돈해 래커가 매끄럽게 달라붙도록 만든다. 덕분에 ‘튤립’은 마치 거울처럼 반짝이는 표면을 갖게 됐다. 화학자의 큐레이팅을 따라 읽다 보면 예술을 또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