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밑 1층 주차장서 누전 추정 불길 공기 공급 원활해 외벽 타고 연기 올라가 대피도 어려워 사망 3명 부상 64명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1층 필로티 주차장서 시작된 불로 3명 숨져
18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10층짜리 아파트의 화재 현장에서는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할 만한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기관이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결과, 발화 지점이 필로티 구조의 1층 장애인 주차구역 천장 케이블 트레이로 추정된 것이다. 주변에는 단열재 등 불이 잘 붙는 물질이 많아 불길이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누전에 의한 화재에 무게를 두고, 국과수의 정밀감정 후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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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시 아궁이처럼 연기 번지고 대피 어려워
필로티 구조는 2000년대 초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1층 주민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국에 퍼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전국의 필로티 건축물은 총 30만3980동이고, 그 중 주거용 25만7197동이다.
필로티 건물은 구조상 공기 공급이 원활해 화재에 취약하다. 건물 1층에서 불이 날 경우 ‘아궁이 효과’로 인해 연기가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주민들이 연기 흡입 등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차된 차량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작은 불도 크게 번질 수 있다. 이번 광명시 사고 역시 주차된 차량이 연쇄 폭발하면서 불길이 더 커졌다. 게다가 주차장을 거쳐야만 출입구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인 탓에 대피가 어려웠다.
필로티 구조에서 발생한 불이 인명피해를 키운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시의 한 스포츠센터 8층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는 등 총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선 2015년 1월 한 아파트에서 난 불로 5명이 죽고 125명이 다쳤다. 당시 필로티 구조가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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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광명=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