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 불쑥 나타나 집-車로 유인 초등생 여아 유괴하려한 70대도 미성년자 납치-유괴사건 4년새 1.5배 불안한 부모들 ‘밀착 경호’ 의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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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굣길이 불안해서 사설 경호업체를 알아볼까 고민 중입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7세 자녀를 키우는 양수찬 씨(43)는 최근 자녀가 귀가하는 시간마다 불안하다며 14일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초구에서 한 70대 여성이 초등학생에게 현금을 제안하며 집으로 유인하려 한 사건 이후 학부모 사이에서 불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양 씨는 “맞벌이 부부라 아이의 등하굣길을 직접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 돈이 들더라도 믿고 맡길 만한 곳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 ‘하루 20만 원’ 경호 서비스에도 문의
최근 서울에서 약취(납치) 및 유인(유괴) 관련 신고가 잇달아 접수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사설 경호업체를 통한 ‘등하교 동행 서비스’까지 알아보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일 서초구에 있는 초등학교 인근에서는 70대 여성이 “내 부탁을 들어주면 현금 1만 원을 주겠다”며 한 초등학생을 집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 아이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학부모는 해당 여성을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여성은 거동이 불편해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납치나 유괴 등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강압이나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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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학부모 사이에선 아이의 동선을 따라가며 눈에 띄지 않게 보호하는 방식의 ‘밀착 동행 경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경호업체 대표 이현석 씨(45)는 “아무래도 학부모나 아이들 모두 부담스럽지 않도록 잘 드러나지 않게 보호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 납치·유괴 사건 4년 새 1.5배로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미성년자 납치·유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정통신문을 배포하고 있다. 가정통신문에는 ‘낯선 사람의 말에 응하지 않기’ ‘음식이나 선물 등 받지 않기’ 등의 예방책이 안내됐다.
전문가들은 “범행 의도가 뚜렷하지 않더라도, 판단 능력이 부족한 아동을 보호자 동의 없이 데려가려 한 행위는 상황에 따라 납치나 유괴로 간주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납치 및 유괴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 기반의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낯선 사람’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아 쉽게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수상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의 어른이 도울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유괴 아동 구출 매뉴얼 등을 마련해 배포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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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