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인.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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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문학은, 번역 문학이 도착하는 그 국가 언어에 대한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그 나라에 선물을 주는 거죠.”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김혜순 시인(70)이 청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대담 ‘포스트 노벨 시대 한국문학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번역은 일방적 수출이 아니라 한국어와 도착어 사이의 상호관계라는 관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김 시인은 지난해 ‘날개 환상통’으로 한국인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고 ‘죽음의 자서전’으로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독일 세계 문화의 집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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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사람끼리 만나서 시라는 나라의 영토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멀리서 시인을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외국 작품의 번역을 통해 한국어의 경계가 얼마나 넓어지고, 우리의 사유가 얼마나 깊고 다양해졌는지 생각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편 김 시인은 한국문학의 미래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제 문학의 방향도 모르는데 한국문학의 방향을 어떻게 알겠습니까”라고 농담을 하고는 “정책입안자들이 한국문학이라는 거시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작가, 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그것을 다각도로 기려주는 세밀하고 면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한국문학의 집적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굉장히 많이 번역되는 것에 비해 이상 등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덜 번역되는 느낌이 있다”고 짚었다.
“한국문학 전체를 조감할 능력이 저에겐 없습니다. 만약에 조감한다 하더라도 중요하고도 주변적인 우수리가 떨어져 나갈 거예요. 그럼 너무 미안하죠. 대답할 수 없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하는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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