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의원들, 최소 8개 법안 발의 “트럼프 생일 국경일로 지정하고 100달러 지폐에 초상화 새기자” 민주 “아부 멈추고 민생에 집중을”
취임 직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부터 이란 공습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권력을 과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공화당 의원으로부터 황제급 칭송을 받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를 높이고 업적을 빛나게 하자며 경쟁적으로 ‘트럼프 찬양법’을 내놓고 있다. 살아 있는 현직 대통령을 기리는 법안은 미국 현행법이나 정치 풍토에 비춰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250달러, 100달러 지폐에 트럼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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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지폐에 새기는 내용을 담은 법안은 올 2월 말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가장 먼저 발의했다. 그는 “내년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250달러짜리 지폐를 만들자”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를 인쇄하는 안은 가장 가치 있는 대통령을 위한 가장 가치 있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안 발의에는 공화당 의원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엔 100달러짜리 지폐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새기자는 법안이 브랜던 길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의 주도로 발의됐다. 현재 100달러 지폐엔 미국 건국의 아버지 7명 중 1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새로 발의된 법안은 2028년 12월 31일 이후 발행되는 100달러짜리 앞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넣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브랜던 비치 재무관은 지난달 윌슨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현행법상 살아 있는 사람은 미국 지폐에 등장할 수 없다”며 “그렇지만 이 법안이 실현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 전철, 공항, 바위산에도 트럼프 새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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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화이트 미 가톨릭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WP에 “솔직히 말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역사적으로 (지폐 등의) 명명은 대통령이 오래전 임기를 마쳤거나 사망한 후 이뤄진다”고 말했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버니지아)은 소셜미디어 X에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언제쯤 트럼프에게 아부하는 걸 멈추고 생활비 절감에 집중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