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내가 ‘한국은 끝났다’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영상의 내용보다 영상 아래 한국인들의 댓글이었다. 한국 사회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영상 속 묘사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고 동의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소득은 너무 낮고, 직장 문화는 지나치게 힘들며, 경쟁이 과열됐다고 불평했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이 상황을 해결하려는 진지한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인구 위기를 막기 위한 여러 정책안을 제시했지만, 정치 평론가들은 현실적인 해결책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나는 후보들의 미흡한 정책만큼이나 사람들의 반응에도 실망했다. 이는 내가 자주 인용하는 프랑스 사회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토크빌은 1830년대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기 위해 미국을 널리 여행했다. 그가 인상 깊게 본 미국인의 특징 중 하나는 문제가 생기면 워싱턴 정치인에게 기대기보다 지역 조직을 구성해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였다. 토크빌은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시 미국인과 달리 많은 유럽 국가 사람들은 일이 터지면 팔짱을 낀 채 정부의 개입만을 기다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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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는 가정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평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10개 국가는 정부 지원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이라는 사실이다. 집을 살 수 없고,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조차 어렵다는 한국 누리꾼들의 댓글을 보면, 과연 그들이 소말리아 사람들보다 더 가난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선진국인 한국이 아프리카 국가보다 생활비가 낮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이 저출산 문제를 완전히 피해 간 선진국은 없다는 점도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인인 나는 21세기 한국이 미국보다 여러 면에서 더 앞서나가고 있다고 느낀다. 반면 맨슨은 바로 이 급격한 발전 의식이 한국 사회의 만연한 우울증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런 동영상을 보는 이유는 한국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넘어 현재의 한국이 자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맨슨이나 쿠어츠게자크트가 그리는 한국의 모습이 아무리 암울해도 한국이 반드시 불행해질 운명은 아니라고 믿는다. 올해 아이를 맞이하게 될 나는 만약 한국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이곳에서 가정을 꾸릴 마음조차 먹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낸 한국인들은 인구 위기도 반드시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그것이 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