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배우자 리포트] ‘김문수 배우자’ 설난영 25세에 1500명 회사 노조위원장… 도피생활 金 숨겨준 인연으로 결혼 “정치는 진흙탕” 金 민자당 입당 반대… “金 광장정치 시절 진로 염려됐다” 金 “어려울때 아내 만난게 별의 순간”… 주변 “검소하고 조용, 운동권 티 안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태고종 법륜사에서 상진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하는 모습.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는 김 후보가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민주자유당 입당을 제의 받았을 때 이같이 말하며 반대했다. 음모와 술수가 판치는 정치판에 운동권 출신인 김 후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김 후보는 며칠 뒤 설 씨에게 다시 얘기를 꺼내면서 “우리 정치도 깨끗하고 선진화된 정치로 거듭나야 되지 않겠느냐”며 설득했고, 설 씨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설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람의 본성이 변하지 않으면 모범적인 정치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탁하고 더러운 정치판을 깨끗하게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설 씨의 동생 설선영 씨는 “언니는 고집이 굉장히 세고 자기 주장대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김 후보와 결정적인 순간에 의견이 엇갈리면 김 후보를 막진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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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씨는 다음 해인 1979년 한국노총 금속노조 남서울지부 모임에서 김 후보를 처음 만났다. 설 씨는 여성부장,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이던 김 후보는 청년부장을 맡았던 것. 설 씨는 김 후보의 첫인상에 대해 “얼굴이 굉장히 맑고 똑똑해 보였다”고 기억한다.
1981년 9월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설난영 씨 결혼 사진. 설 씨는 웨딩드레스가 아닌 원피스를 입고 식을 올렸다. 김문수 후보 측 제공
설 씨의 생각이 변한 건 전두환 군사정권에서 탄압받으면서다. 두 사람은 진보적인 성향으로 찍혀 회사에서 해고됐다. 김 후보는 삼청교육대에 잡혀가는 것을 피하고자 도피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설 씨를 찾아 집에 숨겨 달라고 부탁했다. 설 씨는 그때 ‘이게 인연인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김 후보는 “나는 가시밭길을 갈 건데 당신이 독립심과 분별력이 있고 정의로워서 배우자로 적합한 것 같다”고 재차 청혼했다고 한다. 김 후보는 설 씨 아버지와 만난 자리에서 “자네, 우리 딸을 어떻게 책임지겠나”라는 질문을 받고 “저는 만인을 위해 살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라며 “제 아내 될 사람 하나 못 먹여살리겠습니까”라고 답변했다. 두 사람은 1981년 9월 26일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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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 부부는 서울대 앞에 대학서점을 열고 재야 운동권 생활을 이어갔다. 또 설 씨는 한국여성노동자회를 만들어 여성 노동자를 현장 지원하는 활동을 시작했고, 탁아소 사업도 벌였다. 설 씨는 김 후보가 1985년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활동으로 수배당해 또다시 도피 생활을 할 때도 혼자 책방을 꾸리며 가정을 지켰다. 당시 구로공단 대우어패럴 노동자로 일하며 김 후보 집을 자주 찾은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은 “우리를 동생처럼 보살펴주고 밥 해주고 책을 준 형수”라며 “형수님이 반찬을 절대 세 가지 이상 놓지 않을 정도로 검소했고 조용조용해서 운동권이라는 티가 안 났다”고 했다.
● 金 ‘광장 정치’ 시절 “진로가 염려됐다”
설 씨는 김 후보가 민자당에 입당해 경기 부천 소사 지역위원장을 맡자 14년간 운영해온 서점을 닫고 부천으로 이사했다. 김 후보가 의원에 당선된 뒤에는 “매일 홀몸노인, 불우한 아동 등 취약한 사람들이 있는 곳을 두 곳씩 찾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설 씨는 “약속을 다 지키진 못했지만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했다”며 “김 후보가 지역에서 지지 받는 데 작은 도움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설 씨는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취임한 뒤엔 도내 취약계층 관련 법인 시설을 방문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설 씨는 시설에 방문해 자체 점수를 매긴 뒤 “여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좀 들여다봐야겠다”고 김 후보에게 전했고, 이는 후속 조치로도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설 씨와 함께 활동한 윤숙자 전 한국여성지도자연합 경기도지부장은 “잠시도 가만히 안 계셨다. 하도 열심히 돌아다니니까 따라다니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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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 후보가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연달아 맡으며 가계 사정도 좋아지고 딸과 손주 등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윤 전 지부장은 “당시 사모님을 만났을 때 ‘남편이 월급을 갖다줘서 참 좋다’고 하더라”며 “내색은 안 했지만 어려움이 있었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설 씨는 김 후보의 이번 대선 출마에 반대했다고 한다. 김 후보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사과 요구를 거부한 뒤 대선 후보로 주목받은 데 대해 “일시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그러다가 두어 달 동안 김 후보에 대한 지지가 계속되니 “이 시대가 소망하는 인물이 김 후보인가”라고 생각하며 출마에 동의했다고 한다. 설 씨는 “김 후보도 처음엔 주저했는데 조심스럽게 (출마 필요성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 설 씨 “집안 내 야당 역할 맡아 많이 지적”
설 씨는 “김 후보는 의견을 논의해야 하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저와 가능한 한 많이 대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 씨는 “‘집안 내 야당’ 역할을 맡아 많이 지적하고 평가하는 편”이라며 “남편을 감싸고 두둔하고 옹호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대구행 등 중요한 결정은 먼저 하고 나의 의견을 듣는다”고 덧붙였다.
비공개 행보를 이어가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와 달리 설 씨는 최근 방송 인터뷰와 유튜브 출연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후보 캠프에도 배우자실 등 별도의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 요청받는 일정을 취합해 정리하는 실무진과 최소한의 수행 인원으로 꾸린 실무지원팀이 전부라는 것이다. 설 씨는 채널A 인터뷰에서 “제 의중이고 김 후보도 똑같다”며 “최소한의 인원만 같이 다니면서 정말 조용히 유권자들한테 지지를 호소하는 게 오히려 모습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후보 당선 시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을 두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한다고도 했다.
설 씨는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경북 포항북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를 겨냥해 “법카로 밥을 사먹지 않는다, 저도. 제사상을 법카로 마련하질 않아요”라며 김 씨를 향한 네거티브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