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넘어 사법부까지 탄핵 협박해 이재명 유죄취지 파기환송심 늦춘 민주당 독재의 예감 이미 널리 공유되면서 反이재명 그 자체가 대의가 되고 있다
송평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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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OOO’는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대의가 될 수가 없고 돼서도 안 된다. 그러나 반이재명은 다르다. 이재명 유일(唯一) 체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시도한 ‘줄탄핵’과 위헌적 입법 강행은 일찍이 한국 정치에서 보지 못한 현상이다.
민주당은 이제 행정부를 넘어 사법부까지 탄핵으로 협박함으로써 이재명 허위사실 공표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대선 전에 파기환송심 선고가 나더라도 재상고심을 거쳐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적으로 대선 전에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파기환송심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을 견디지 못하고 노골적인 협박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반이재명은 그 자체로 대의가 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프랑스 전설 속의 ‘악마 로베르(Robert le Diable)’는 그의 엄마가 악마와의 사이에 낳았다. 로베르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 죄를 짓는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결심해도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강자에게는 살살거리고 약자에게는 가혹해지지 않겠다고 결심해도 저도 모르게 강자에게는 살살거리고 약자에게는 가혹하게 군다. 로베르는 원죄를 지니고 태어난 인간의 상징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덜 로베르 같을 수도 있고 더 로베르 같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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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대통령까지 장악해 인사를 하고 나면 행정부처에 대한 줄탄핵은 눈 녹은 듯 싹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헌재의 어리숙한 통제 덕분에 탄핵의 칼날이 잘 드는 것을 이미 확인한 터라 그 칼날은 수사기관과 법원을 겨눈 채 남아 있을 것이다.
어제 이재명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파기환송심이 연기된 가운데 국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대통령이 된 자의 재판을 중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그런 법이 없어도 대통령이 되면 그에 대한 재판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기어이 그런 법까지 만들어 확실하게 해두겠다는 것이다. 정의의 최후 보루로 남아 있어야 할 재판의 영역도 더 이상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독재의 예감은 이미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권력 분점 개헌을 추구하는 세력과 권력 집중을 통해 체제를 변경하려는 세력의 싸움이다. 대선에서 반이재명 측의 과제는 윤석열 같은 기존의 최고 권력자를 대체할 또 다른 최고 권력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나눠 갖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단일화는 한 사람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절차로 이해돼서는 안 되며 권력을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지에 대한 협의에 기초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 노드(node)가 중요하다. 노드라 함은 그것을 통해 당적과 지역 차이를 불문하고 반이재명 측이 연결되는 결절점이다. 이 노드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후보가 돼야 한다.
민주당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개헌선에 가까운 의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삼권(三權)을 장악할 날이 눈앞에 다가오자 권력 분점 개헌 따위에는 관심이 없음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배후의 원탁회의 세력이 언급해 온 ‘1987년 체제 극복’은 권력 분점 개헌이 아니라 체제 변경이다. 말이 좋아 분단 체제의 극복일 뿐 실은 남한 체제를 좀 더 친북적으로, 좀 더 사회주의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인데 이재명을 통해 명실공히 삼권을 장악할 기회를 눈앞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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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