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년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2025.4.4.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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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4일 재판관 8명 모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12·3 비상계엄을 둘러싸고 논란이 된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인정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측이 강하게 부인해 온 국회 군경 투입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과 정치인 등을 체포하기 위해 위치 확인을 시도했다는 점 등도 헌재는 사실로 판단했다.
● 헌재, ‘곽종근 증언’ 사실로 인정
헌재는 이날 선고에서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게 (국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하였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이 2월 6일 6차 변론기일에 나와 계엄 당일 받은 지시에 대해 증언한 것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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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 측은 국회 군경 투입에 대해서도 ‘질서 유지 차원’이었다며 국회 봉쇄나 계엄 해제 의결 방해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며 배척했다. 윤 전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이 국회의 계엄 해제권을 인지하고 의원 출입을 허용했던 상황에서 재차 출입을 차단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점 등이 근거였다.
● 정치인·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도 인정
헌재는 주요 정치인과 법조인에 대한 체포 목적의 위치 확인 시도가 있었다는 소추 사유도 사실로 인정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이고,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 테니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 지시 이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고 그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의 체포 명단을 들었다는 게 홍 전 차장의 증언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간첩 검거와 관련된 격려 전화였다”며 전면 부인했다.
헌재는 홍 전 차장의 진술을 사실로 인정하고, 위치 확인 시도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계엄 선포 직후 급박한 상황에서 단순한 격려 차원 또는 간첩 수사 업무와 관련된 일반적 지시를 하고자 한 것이었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며 “피청구인이 여 전 사령관, 홍 전 차장, 조 청장을 모두 지휘할 수 있었던 사실 등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하도록 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가 피청구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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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국회에서 증언한 ‘국가비상입법기구 쪽지’(이른바 ‘최상목 쪽지’)의 실체도 인정했다. 쪽지 작성 및 전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은 믿기 어렵다는 취지다.
● ‘내란죄 철회’도 문제 없다고 판단
헌재는 국회 측이 1월 3일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소추 사유에서 철회한 부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 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 사유의 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증거로 채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검찰 수사기록도 증거로 채택하고 파면 결정을 내렸다. 절차적 적법성만 담보된다면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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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