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미학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담아내
존 체임벌린의 조각 작품 ‘Funn’과 미셸 뷔페의 라운지 체어로 완성한 더로우의 쇼룸. 더로우 제공
브랜드의 세계관은 매장 안에서 하나의 작품처럼 구현되기도 한다. 요즘 등장한 부티크는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기획해 브랜드를 오감으로 체험하게 한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브랜드의 세계관에 빠져드는 강렬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더로우(The Row)다. 런던 메이페어에 자리한 더로우 플래그십 스토어는 원래 갤러리였던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심지어 매장에는 쇼윈도조차 없다. 대신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 ‘Jai Singh’s Sky’다. 빛과 공간의 연출을 통해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 작품은 매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브랜드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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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로우가 미니멀리즘의 정점을 보여줬다면, 자크뮈스의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 쇼룸은 따뜻하고 감각적인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한다.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OMA와 협업해 완성한 이 매장은 스코틀랜드 조각가 알렉산더 스토다트의 부조 장식이 새겨진 신고전주의풍 외관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부로 들어서면 수공으로 마감된 벽과 뉴트럴 색감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여기에 가구와 오브제에 사용된 옐로 톤 포인트가 지중해의 경쾌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디자이너 자크뮈스는 런던 플래그십 스토어에 대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상점과 갤러리에서 고른 작품들로 채웠습니다”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매장에는 피카소, 헨리 무어, 존 매클로클런, 에밀자크 룰만 등의 예술 작품 약 50점이 전시돼 있다. 자크뮈스 특유의 미학이 섬세하게 계산된 디테일과 정교한 연출이 만들어낸 공간에서 고객은 자연스럽게 자크뮈스의 세계에 빠져든다.
브랜드 창의성과 혁신 오감으로 체험
존 맥클로클런의 풍경화 등 자크뮈스가 좋아하는 아트 피스로 가득 채운 런던 플래그십 스토어. 자크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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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랑은 2025년 2월, 1년간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리브 드와 파리를 새롭게 오픈했다. 특히 이번 리노베이션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는 도널드저드퍼니처와의 협업. 도널드 저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즘 아티스트로, 그의 상징적인 금속 가구들이 새롭게 재해석돼 리브 드와 매장에 배치되었다. 1961년부터 1994년 사이에 제작된 나무 판화, 에칭, 리소그래프 등 4개의 독특한 판화 작품도 볼 수 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도널드 저드의 디자인을 통해 생로랑의 상징적인 블랙과 화이트 컬러를 세련되게 풀어냈다.
리브 드와 파리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스시 파크(sushi park)’다. 미국 LA의 유명 오마카세 레스토랑 스시 파크가 매장에 입점해 정교한 계절별 일본 요리를 제공한다. 새롭게 변모한 리브 드와 파리는 패션, 예술, 건축, 미식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의 허브이기도 하다. 독점적인 협업, 한정판 제품 그리고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브랜드의 창의성과 혁신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하기 때문이다.
쇼룸은 감각을 직접 경험하는 무대이다. 결국 제품에서, 공간에서, 작품에서 그리고 경험에서 완성돼야 브랜드의 세계가 비로소 열린다.
오한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