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명 서한 전달…머스크, 2018년 우주산업-전기차 공로로 입회
AP=뉴시스
전 세계 과학자 2600명 이상이 영국 최고 과학단체로 꼽히는 영국왕립학회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의 회원직 박탈을 요구했다. 이들은 머스크를 ‘트럼프의 돌격대장’이라고 지칭하며 머스크가 동료 과학자들에 대한 음모론을 확산해 이들의 신변을 위협했고, 과학계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친 공세에 동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의 스테픈 커리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영국왕립학회에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커리 교수가 제안한 서한은 공개 6일 만에 과학자 2600명 이상이 서명자로 이름을 올리며 큰 호응을 얻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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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은 “미국 과학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머스크는 항의는커녕 오히려 직책(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으며 동조하고 있다”며 “이는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추구해야 하는 행동 강령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과학계에 광범위한 공포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 자금이 대거 삭감된 점을 꼬집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과 기후 문제를 겨냥한 검열을 추진해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한은 “영국왕립학회는 지금처럼 매우 힘든 시기에 품위(decency)를 지키고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왕립학회는 이와 관련해 머스크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회원의 공개 언행을 둘러싼 원칙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다음달 3일 개최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머스크 제명이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50년 간 각종 논란을 일으킨 회원이 퇴출당한 사례가 아예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캐나다 3중 국적자인 머스크는 2018년 우주 산업과 전기차 분야의 업적과 영향을 평가받아 회원이 됐다. 1660년 설립된 영국 왕립학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학회로,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등이 회원이다. 신규 회원은 기존 회원의 추천과 동의를 거쳐 선발되고, 소수의 외국인을 회원으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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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