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드라마 ‘조명가게’-원작 웹툰 비교 조명가게 주인, 영웅 역할 맡고… 웹툰서 단역인 형사는 주연 격상 다른 웹툰 등장인물들 적극 활용… 섬세한 감정묘사 더해져 매력 발산 화려한 액션 없지만 따뜻한 작품
드라마 ‘조명가게’는 불이 꺼지지 않는 조명가게를 배경으로 수상한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낸 작품이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어두운 밤 골목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작은 조명가게 안. ‘형사’(배성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조명가게 주인’(주지훈)에게 묻는다. 형사는 매일 범죄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상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어두컴컴한 밤이 끝나지 않는 것. 더군다나 조명가게 주인이 막 타준 커피에선 뜨거움이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형사가 갇힌 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다. 형사가 모종의 사건을 겪은 뒤 산 자와 망자가 교차하는 경계에 온 것이다. 형사는 절규하듯 조명가게 주인에게 말한다. “이곳을 헤매다가 내 몸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가 이상한 건지 이곳이 이상한 것인지 알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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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웹툰에 등장하는 ‘형사’ 캐릭터. 카카오웹툰 제공
이처럼 강 작가가 다양한 인물의 서사를 쉽게 확장하는 건 ‘강풀 유니버스’ 덕이다. 웹툰 초창기부터 활동하며 수십 편의 작품을 쌓아온 자신의 지식재산권(IP)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미국 마블 스튜디오가 프랜차이즈 세계관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구축해 여러 작품과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하다. 강 작가는 지난해 11월 ‘2023 웹툰 잡 페스타 토크콘서트’에서 “강풀 유니버스의 발전은 그 (웹툰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조명가게 주인의 외양과 역할도 변했다. 조명가게 주인은 웹툰에서 맨눈으로 등장하지만, 드라마에선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특히 드라마에서 조명가게 주인이 선글라스를 벗을 때마다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이들이 도망가곤 한다. 눈이 지닌 모종의 능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영웅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물들의 전사(前事)가 자세히 담긴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면 형사가 범죄자를 쫓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그 사이 형사의 아내가 유산한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비추며 형사에게 늘 떠난 자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형사의 아내가 유산 후 “모자도 떠 놓고 신발도 떠 놓고 이름도 짓고 태명도 있었는데…”라며 절규하고, 형사가 끊임없이 “미안해”라고 사과하는 장면은 절절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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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