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첫 AI 회담] 오늘 제네바서 첫 AI 관련 회담 美 “핵처럼 AI무기 사용 제한해야”… 中 “對中 반도체 규제해제가 먼저” 양국 시각차… AI군축 합의 미지수, 키신저 “AI 패권경쟁땐 인류 재앙”
“지금이 우리 시대 ‘오펜하이머의 순간(Oppenheimer Moment)’이다.”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이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했음에도 이후 핵무기 규제를 강하게 주창한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거론하며 지난달 29일 한 말이다. 인공지능(AI)으로 운용되는 핵무기, 인간 살상이 가능한 ‘킬러 로봇’ 등 AI 기술을 적용한 무기의 위험성이 점점 커지면서 핵무기가 처음 등장했던 때와 비슷하다는 우려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14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AI의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위험에 관해 논의하는 첫 회담을 갖는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합의로 열리는 첫 양국 회담이다.
● 美 “中, AI 군축 협상 동참해야”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1일 사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군사 역량을 빠르게 배치해 왔다”며 AI의 군사적 활용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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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AI 기술 개방이 우선”
중국은 AI용 반도체를 포함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를 해제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AI 기술 발전의 혜택을 개발도상국도 누릴 수 있도록 국가 간 AI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 AI 기술의 ‘개방적 협력’ ‘포용성’ 등을 부각시켜 미국의 수출 규제 철회를 압박하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국가 안보 조치는 협상 불가능(non-negotiable)”이라고 일축해 AI 회담에서 두 나라 간의 상당한 대립이 예상된다.
미중이 AI를 놓고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기술 발달에 따른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두 패권국이 어떤 식으로든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타계 직전인 지난해 11월 “AI로 인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을 시한이 5∼10년 남았다”며 “미중이 재앙을 막기 위해 AI 군축에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