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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영웅들 숨결 깃든 홍제동 ‘소방영웅길’

입력 | 2024-03-05 03:00:00

서울 첫 소방관 명예도로 지정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홍제역 3번 출구에서 고은초등학교 앞까지 이어지는 ‘소방영웅길’.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아버지는 말 그대로 영웅이에요. 꼭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당시 순직한 고(故) 장석찬 소방관의 딸 지형 씨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발생 23주기를 맞은 이날 서울소방학교에서는 ‘소방영웅길’ 명예도로명 지정 기념식이 열렸다. 서울에서 소방관과 관련한 명예도로를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방영웅길’은 2001년 3월 4일 홍제동 화재 참사가 발생한 주택 인근 도로다. 서대문구 지하철 홍제역 3번 출구에서 고은초등학교 앞까지 이어지는 길이 382m, 폭 10m 도로다. 명예도로는 실제 주소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해당 지역과 관련 있는 인물의 사회 헌신도와 공익성 등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할 수 있다.

참사 당일 새벽 홍제동 다세대주택가 현장에서는 서부소방서 소속 박동규, 김철홍, 박상옥, 김기석, 장석찬, 박준우 소방관 등 6명이 5분여 만에 시민 7명을 구조했다. 이후 잔불 작업을 벌이다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에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지만 순식간에 낡은 건물이 무너지며 6명 모두 순직했다. 단일 화재로 가장 많은 소방관이 순직한 사고였다.

서울시는 소방영웅길의 안내 표지판 설치와 주변 지하식 소화전 6개소의 맨홀 덮개에 알림 표시를 마무리했다. 서대문구에서는 도로명판을 설치했고, 경찰과 협조해 도로 진행 방면 안내 표시도 완료할 계획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당시 참사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의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앞으로 소방영웅길을 지나는 수많은 시민이 여섯 소방 영웅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며 “서울소방 가족 여러분이 안전한 환경에서 화재, 구조, 구급 등 소방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