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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여행한 러시아 관광객들 “할머니 살던 소련 같아”

입력 | 2024-02-28 06:51:00

알렉세이 스타리츠코프 연해주 국제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제1차 관광단이 지난 9일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관광객들이 북한을 찾았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지난 9일 러시아 관광객 97명은 고려항공 여객기를 타고 북한을 방문했다. 이들은 평양 김일성 광장,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원산 마식령스키장 리조트 등을 둘러본 뒤 12일 러시아로 돌아갔다.

4일간의 여행비용은 1인당 750달러(약 100만 원)였다. 관광객은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가이드와 항상 동행해야 했다.

러시아 여행 블로거 일리야 보스크레센스키는 북한 측에 직업을 상점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속였을 정도로 불안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북한 방문을 선택한 이유는 말로만 전해 듣던 옛 소련과 북한의 모습을 비교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크레센스키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보면 (소련 시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이렇게 살았을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며 “과거로 순간 이동한 것 같다. 도시에 광고가 없고 전시된 것이라곤 당 슬로건과 깃발뿐”이라고 말했다.

관광객 중 한 명인 레나 비치코바도 이번 관광에 걱정이 앞섰지만, ‘은둔의 왕국’으로 통하는 북한을 여행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치코바는 “군인이나 제복을 입은 사람, 건설 중인 건물은 찍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신문이나 잡지를 접을 때 (북한) 지도자의 사진이 구겨지도록 하면 안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관객이 97명뿐인데도 어린이 약 200명이 1시간 동안 공연을 펼쳤다며 “우리는 그들이 북한에 대한 특정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세히 보면 그것(이미지)이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며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관광은 지난해 9월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연해주 대표단과 북한 당국 간 체결한 협정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내달에도 북한에 2, 3차 단체 관광객을 보낼 계획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