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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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바둑 상대를 흉기로 살해했음에도 결백을 주장해 온 6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 측은 “목격자가 없고,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간접증거로도 살인 혐의가 증명된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69)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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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건물에서 각각 홀로 지내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오후 B씨 주거지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A씨 주거지로 옮겨 바둑을 뒀다. 그리고 B씨는 이튿날 오전 가슴·목 등 9곳에 흉기를 찔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혼수상태 정도인 0.421%였다. 이에 대해 부검의는 “흉기에 찔리고 있더라도 이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수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B씨 시신에선 저항흔·방어흔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에선 A·B씨 두 사람의 유전자(DNA)가 아닌 제3자의 혈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울러 이 흉기가 발견된 싱크대와 화장실 세면대·수전에선 B씨의 미세혈흔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뒤 화장실에서 혈흔을 씻어낸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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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역시 “술에 취해 자고 일어나 보니 사람이 죽어 있었고, 너무 무서워 휴대전화를 찾다 주인집에 올라가 신고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타인의 범행이라면 그 제3자는 CCTV를 피해 침입한 뒤 DNA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야 하는데, 이런 가능성을 쉽게 상정할 수 없다”며 “사건 당일 피해자와 피고인이 우연히 함께 있게 됐는데, 이처럼 용의주도한 범인이라면 미행 등을 통해 이를 미리 파악해야 했지만, 그런 정황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DNA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은 범인이 누군가 옆에서 자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세면대에서 씻기까지 하고 도주했다는 건 용의주도한 계획범행과 맞지 않는다”며 “제3자 침입은 합리적 의심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B씨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서 살해당할 만큼의 이해관계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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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