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도로 지을 땅이 없다… 도로 지하화 사업은 어디까지 왔나[황재성의 황금알]

입력 | 2023-12-02 08:00:00

1: 서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건설사업 본격화
2: 1단계 민자사업, 자금 조달 완료…내년 3월 착공
3: 경인·경부·강북강변고속도로 등도 지하화 추진
4: 통행시간 단축, 환경훼손 최소화 등 장점 부각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서울의 주요 도로는 대부분 온종일 차량들의 거북이걸음이 이어지는 만성적인 교통 정체에 시달린다. 서울 동부지역의 핵심 도로인 동부간선도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사진은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는 동부간선도로의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서울에서 경기보다 출퇴근 비용 더 든다.’

동아일보가 지난 11월 30일 자로 기획 보도한 ‘나의 출퇴근 체감비용’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기사에는 흥미로운 분석내용이 많습니다. 기사에서 제시한 출퇴근 체감비용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근로자가 지하철 등을 이용하며 내는 교통비 이외에 출퇴근 시간과 혼잡도로 인한 불편을 금액으로 환산해 모두 더한 값입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직선거리가 비슷한 지역이라도 교통 인프라에 따라 출퇴근 체감비용은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둔 직장인이 경기 광명에서 출발할 때 체감비용은 월 77만 원이었습니다. 반면 하남은 66만 원, 성남은 31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성남 용인 수원 화성 등지에 신도시가 집중적으로 개발되면서 서울 동남권에 교통망이 집중적으로 개발됐던 점을 감안하면 예측 가능한 결과입니다.

다만 행정구역으로 서울이지만 출퇴근 비용이 경기 지역보다 높은 곳이 있다는 사실은 눈길을 끕니다. 서울 노원구나 도봉구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경우 월 체감비용이 70만 원, 86만 원으로 각각 추정됐습니다. 반면 이들 지역보다 북쪽에 위치한 경기 구리시 거주자는 65만 원으로 훨씬 적었습니다.

이에 대해 분석에 참가했던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북부권에선 경기 지역보다 출퇴근 여건이 나쁜 것으로 나타나는 지역이 적잖다”며 “서울 내 심각한 교통 인프라 불균형을 해소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르면 2029년 서울 북부지역 거주자들의 체감비용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동북부지역 핵심도로인 동부간선도로 일부 구간에 총길이 10.1km, 왕복 4차로 크기의 지하도로가 신설되기 때문입니다.

이 사업을 맡은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11월 22일 사업비 1조 370억 원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약정 체결식을 가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업비를 확보했다는 의미이자, 사업 본격화를 선언하는 것입니다.

지하도로가 개통되면 지상 도로의 차량 정체가 크게 해소되고 통행시간도 기존 30분대에서 1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습적인 교통정체로 붙여졌던 ‘똥부간선도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평가받던 서울 동북권의 활성화와 함께 부동산 가치 상승도 예상됩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경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등의 지하화 사업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경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의 지하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사업의 규모가 방대할뿐더러 수도권 일대 교통 시스템과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추진 중인 주요 도로 지하화 사업 현황과 의미 등을 꼼꼼히 짚어볼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1단계 2029년 준공 목표

서울 동부간선도로 노원구 월릉교∼강남구 대치동(대치우성아파트 사거리) 12.2km 구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1단계 사업의 일부 구간을 맡은 민자사업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최근 사업자금 조달에 성공했고, 내년 3월 착공을 선언했다.

제일 먼저 사업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는 동부간선도로입니다. 서울시 산하 ‘서울기록원’에 따르면 동부간선도로는 송파구 장지동에서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까지 33km 구간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 도시고속도로입니다. 상계동 택지개발에 따른 교통 대책으로 1988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해 1999년 전 구간이 개통됐습니다.

공식적인 명칭은 ‘61번 서울특별시도’이지만, 서울 북동부와 동남부를 연결한다는 뜻에서 동부간선도로로 불립니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등 다른 서울시의 고속화도로와 마찬가지로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주말이면 종일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 행렬을 볼 수 있는 상습 정체 도로입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는 2단계로 추진됩니다. 이번에 본격화를 선언한 사업은 대우건설이 2015년 서울시에 먼저 제안해 추진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즉 노원구와 중랑구의 접경지역인 월릉교에서 강남구 대치동까지 12.2km 구간에 지하 60m 깊이의 대심도(大深度) 지하도로와 한강 하저터널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특히 2단계는 1단계 사업이 완료된 이후 추진되는데, 기존 동부간선도로 노원구 월계동에서 성동구 송정동까지 11.5km 구간에 지하 도로를 건설화하는 사업입니다.

1단계 사업은 다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맡은 민자사업 구간과 서울시가 시비를 투입하는 재정사업 구간으로 나뉩니다.

민자사업 구간에는 강남구 청담동에서 성북구 석관동까지 10.1km 구간 지하에 소형차 전용 왕복 4차로 도로와 IC 4곳, 영업소 2곳 등이 들어섭니다. 이 구간에는 하천과 한강 하저가 포함돼 있어 난공사가 예상됩니다. 공사는 2029년 완료를 목표로 내년 3월 시작되며, 착공 후 30년간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운영권을 갖습니다.

재정사업 구간은 민자구간의 남쪽에 해당하는 영동대교 남단부터 대치동 대치우성아파트사거리까지 2.1㎞ 구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시비 3348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올해 2월 시공사도 선정됐습니다. 서울시는 민자사업 구간과 개통 시기는 맞출 예정이어서 2029년 완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1단계가 완료되고 월릉교에서 대치동을 왕복 4차로로 직접 연결하는 지하도로가 뚫리면 돼 간선도로의 교통량이 현재 15만5100대(하루 평균 기준)에서 8만7517대로 43%(6만 7583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동남∼동북권 통행시간도 기존 30분대에서 10분대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서울시는 또 2단계 사업으로 1조 6376억 원을 투입해 단거리 지역 교통을 연결하고, 중랑천을 친환경 수변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또 1단계 사업 구간이 끝나는 ‘대치우성아파트사거리’부터 ‘성남~강남 고속국도 종점’(일원동 일원터널교차로)까지 3㎞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성남~강남 고속국도는 국토교통부가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에서 서울 강남구 일원동까지 9.5㎞ 구간에 왕복 4차로를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 경부고속도 지하화는 국토부와 서울시 구간 동시 추진

국토교통부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년)에 따라 서울과 주변지역에서 지하화가 추진 중인 주요간선도로 현황.

약칭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으로 불리는 ‘경부고속도로 용인~서울 구간 지하화’는 정부가 3조 2000여억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 기흥IC(나들목)에서 서울 서초구 양재IC까지 32.3㎞ 구간에 4~6차로 규모의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에 서울시 관리구간(양재 IC~반포IC) 6.2

2027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데, 올해 1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가 진행 중입니다. 공사가 완료된다면 기흥IC 북쪽 구간의 교통량이 4만 대가량 줄어들고, 기흥에서 양재까지 통행시간도 30분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인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규모 축소가 예상됩니다. 당초에는 인천 서구 남청라 나들목(IC)부터 서인천 IC를 거쳐 서울 양천구 신월 IC까지 19.3km 구간에 4~6차로 지하도로 2개를 뚫는 방식으로 추진됐습니다.

그런데 예타 과정에서 BC(비용 대비 편익)값이 기준치(‘1’)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토부가 사업을 축소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출홀구갑)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 출발지점이 남청라IC에서 봉수지하차도(청라1동) 입구로 변경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이 경우 전체 사업 구간은 15.3km로 줄고, 사업비는 2조 원가량에서 1조 7000억 원으로 낮아집니다. 2032년 개통 목표로 2027년 상반기에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며, 계획대로 되면 상습 정체 구간인 남청라~여의도 구간 통행시간이 40분에서 17분으로 23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퇴계원~판교 구간 지하화는 약 31.5km 구간에 4조여 억 원을 투입해 지하 고속도로를 설치하는 사업입니다. 2027년 설계 착수를 목표로 현재 예타를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영동고속도로의 용인∼과천 구간(31.7㎞) 지하화는 3조 18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입니다. 내년 상반기 예타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시는 경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 지하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부간선도로는 경부고속도로 서울 진입 구간이자 서울시가 관리하는 양재IC~반포IC 구간(7㎞)입니다. 상습적인 교통 정체와 도시공간 단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서울시는 이 구간에 왕복 4~6차로의 중심도 지하도로를 건설하고, 지상을 일반도로로 바꾸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강변북로도 일부 구간에 대한 지하화와 구조 개선이 본격 검토되고 있습니다. 강변북로를 지나는 가양대교~영동대교까지 북측 7.4km 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 구간을 일반도로로 변경하는 게 핵심입니다.


● 교통 정체 해결 위한 추가 부지 확보 불가능

주요 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교통 체증 해소 등 시민 불편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진은 정부가 지하화를 추진 중인 경부고속도로에서 차량들이 정체한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이처럼 국내 주요 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해당 간선도로의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데다, 과도한 차량 통행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이나 소음, 초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적잖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요 고속도로는 도로 용량 초과로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대부분 구간의 서비스 수준은 극심한 교통정체 수준인 E~F로 30km 내외의 짧은 거리를 주행하는데, 최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여기에 대부분의 간선도로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도시 외곽에 있었지만, 현재는 도시가 커지면서 도시 내 시설물로 자리매김한 것도 문제입니다. 도시 경관을 해치고 지역 생활권의 단절 등을 일으키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게다가 서울 주변으로 추가되는 신도시 개발은 주요 도로의 교통정체를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대표적으로 3기 신도시는 대부분 경부고속도로나 경인고속도로, 수도권 제1 순환 고속도로 등의 주변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초미세먼지도 문제입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배출원별 비중을 보면 난방발전이 39%로 가장 높고, 자동차 운행에 따른 매연이 25%로 뒤를 잇습니다. 또 지역별로는 국외가 55%로 절대적이지만, 서울시 내부도 22%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46㎍/㎥로, 런던 뉴욕 도쿄 파리 등 해외 주요 도시 대비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도로 인프라와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저감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눈앞으로 다가온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 대비하는 측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 앤 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율주행자동차는 2040년 기준 전체 차량의 6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어 자율차가 일상생활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폭발적인 도로망 확충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9월 발행한 보고서(‘미래 교통환경 변화에 대응한 도시교통관리방향-자율주행자동차 전용 지하도로 중심으로’)에 따르면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도입 시 승용차 통행시간 가치(승용차 이용에 따른 비용)가 약 20% 감소하고, 승용차 통행량은 약 1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한 도로 용량 확보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상에 도로 인프라를 추가 확충하는 것은 부지 확보나 환경 이슈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연구원은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자율주행자동차 전용 지하도로 네트워크를 제시합니다. 이 경우 수송용량은 140% 늘어나고, 통행시간은 기존 승용차나 지하철 대비 30~7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