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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中 침체는 신흥국에 더 큰 충격… 韓 기업들 생산성 높여야”

입력 | 2023-10-15 23:33:00

조이스 창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총괄




《“중국의 부동산 유동성 위기로 올해 부동산 고정자산투자가 5%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최대 0.6∼0.7%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부동산 위기는 중국 정부를 재정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글로벌 리서치 분야에서 35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조이스 창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총괄(57)의 경고다. 창 총괄은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며 “부동산 위기로 중국의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면 한국의 실질 수출과 제조업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발 부동산 악재로 최악의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2년 연속 1%대에 머물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시나리오는 이미 올해 8월부터 나왔다.》




조이스 창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거래와 수요는 여전히 매우 취약하다”며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가 다른 기관들에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제공

국제통화기금(IMF)은 13일(현지 시간) 자체 블로그에 올린 아시아 전망에서 “단기적으로 부채가 많은 중국 부동산 부문의 급격한 조정과 이로 인한 경제 활동의 둔화가 특히 중국과 밀접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상품 수출국들에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IMF는 이달 업데이트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중국의 성장률을 올해 5.0%, 내년 4.2%로 7월 전망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5%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중국발 부동산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인 중국 1위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은 10일(현지 시간) 홍콩 증시에 미국 표시 채권뿐 아니라 상환 기한이나 유예 기한이 도래하는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한 셈이다. 2021년 말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에 이어 비구이위안까지 무너지면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냉각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창 총괄은 이달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주택 시장은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며 “비구이위안 사태로 중국 주택 시장이 ‘더블딥’(경기 침체 후 일시적 반등이 나타났다 다시 침체가 나타나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 부동산 위기는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국 정부는 주택 시장 조정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재정적 위험을 훨씬 더 우려하게 됐다. 중국 시장에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 위기가 글로벌 금융 시장으로 파급될 위험은 여전히 낮다. 다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세계 성장률은 약 0.2%포인트 하락한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미국이나 유럽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신흥국 경제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주택 시장이 되살아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중국 정부는 주택 가격을 보호하기 위해 금리 인하와 규제 완화 등으로 거래량을 대폭 조정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앞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반 주택 가격은 올해 1분기(1∼3월) 일시적으로 회복됐다가 최근 몇 달 새 일부 도시에서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일반 주택 가격이 신규 분양 주택 가격보다 더 낮아질 경우 상호 가격 하락을 부추기면서 거시적 재정적 위험을 확대시킬 수 있다.”

―부동산 위기가 정부의 재정 위기로 번질까.


“중국 지방정부 재정의 약 40%를 부동산 부문이 책임졌다. 부동산 개발 업체에 국유 토지 사용권을 매각해 재원을 확보해 온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하면서 올해 연간 국유 토지 매각 수입이 20% 감소해 재정난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구이위안 사태와 같은 유동성 위기가 다른 민간·국영 개발업체에도 전이될 수 있다. JP모건은 올해 중국의 주택 매매 거래액이 전년 대비 10% 감소하고, 신규 주택 착공도 23.7%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에 한국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한국 제조업체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민감도가 낮아졌을 수 있다.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1%대에 머물더라도 특별히 걱정하지는 않는다. 이는 팬데믹 이후 경기 반등에 따른 연착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성장 둔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한국의 대외 수요에 대한 순풍이 쇠퇴함을 의미한다. 또 한국의 급격한 고령화 추세는 생산 측면의 노동 투입 증가율 둔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장기적인 추세에 대처하는 열쇠는 경제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이 ‘세계의 공장’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아시아 전역을 살펴보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은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위험을 완화하려는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증가로 인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인도의 인구 급증은 인구 배당 효과를 창출해 경제 발전을 진전시킬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만들었다.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배터리 관련 공급량 증가와 관련해 이익을 보고 있다. 다만 중국은 전 세계 120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남아 있으며 탈세계화에 대한 두려움은 과장됐다고 본다.”

―미국의 호시절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미국 경제는 올해도 계속 예외적인 흐름을 보이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공세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 주식 시장은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고 달러화도 다른 선진국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확실히 높아지긴 했지만, 2024년에는 여전히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높다.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경기 확장세 지속과 동시에 정책 완화를 예상해 연착륙보다 더 나은 전망을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주식 시장이 새로운 고점을 경신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단기 우량 신용 및 7%의 수익을 제공하는 유동화 자산 등 다른 합리적인 대안들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자산은 무엇인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히 높아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대해 방어적 입장이다.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S&P500지수에 대한 자금 흐름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10년물 미국 국채 실질 수익률은 2%를 넘어 중기 목표인 2.5%에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과도한 재정 적자와 연방정부의 이자비용 증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감안하면 미국 국채 금리의 오버슈팅(단기 급등) 가능성도 있다. 미 국채 금리는 지난해 초부터 상승했고 평균 만기는 약 6년이지만 이자비용은 지난해 4760억 달러에서 6630억 달러로 급증했고, 2033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 우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미 국채와의 금리 차)는 대부분의 다른 자산군보다 우수했고, 지난달 마이너스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강한 자금 유입세가 나타났다.”

―투자자에게 추천할 자산 배분 전략은….

“올해 주식 시장의 강세와 채권 매도세는 장기 투자자의 향후 채권 수익률은 개선되고 주식 수익률은 하락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JP모건 예측 모델에 따르면 미국 종합채권시장의 수익률은 올해 초 전망한 4.6%에서 5%로 상향 조정되는 반면 S&P500지수 수익률은 8.2%에서 7.0%로 하향 조정됐다. 앞으로 10년 후 S&P500지수 수익률이 미국 종합채권시장 수익률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확률은 94%에서 81%로 하락했다. 2030년대 초반까지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미국 시장 장기 투자자라면 이 두 자산군의 가격 재조정을 활용해 채권에 대한 전략적 비중을 늘릴 수 있다.”







조이스 창
1966년 미국 아이오와주 녹스빌에서 태어났다. 아시아계 미국인인 그는 11세 때 지역 일간지 디모인레지스터(Des Moines Register)를 배달하며 장학금을 받아 명문 사립기숙학교(보딩스쿨)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이후 컬럼비아대 학사, 프린스턴대 석사 학위를 받고 1989년 미 월가에 처음 발을 들였다. 살로몬브러더스와 메릴린치를 거쳐 1999년 JP모건에 합류한 그는 30년 넘게 글로벌 리서치 분야에 몸담고 있다. 미 금융 전문 매체 ‘아메리칸뱅커’와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 등은 그를 금융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 중 한 명으로 꼽았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