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올리버 스톤의 ‘스노든’
2013년 6월 홍콩의 한 호텔방. 29세의 미국 청년 에드워드 스노든은 영국의 유명 일간지 기자에게 전 세계가 경악할 사실을 폭로한다. 미국 정부가 수년간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 민간인 사찰을 해왔다는. 그는 며칠 전까지 NSA(국가안보국)와 CIA(중앙정보국)에서 최고급 정보만을 다루던 컴퓨터 정보 분석가였다. 천재적 재능으로 승진을 거듭하던 그가 탄탄대로의 삶을 포기한 이유는 자신의 재능이 국가의 불법 행위에 기여한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해군 제독 할아버지를 둔 그는 이라크전이 발발하자 특수부대에 자원할 정도로 애국심이 남달랐다. 동료들이 애먼 고초를 당할까봐 정보 유출을 한 사람이 스노든, 자신이라는 흔적을 컴퓨터 시스템에 남기고 떠났기에 체포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정향 영화감독
스노든은 간첩죄와 국가기밀 유출죄로 기소된다. 여러 나라에 망명을 신청하지만 미국의 외압으로 모두 거절당한다. 유일하게 임시 체류를 허락해준 곳이 러시아다. 그는 죽을 때까지 고국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폭로 이후, 미국 의회는 정부가 가진 민간인 사찰 권한을 축소했다. 결국 스노든의 폭로는 진실이었고, 그가 옳았다. 하지만 정부는 그에 대한 기소를 지금까지도 철회하지 않는다. 언론에 폭로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라는 거다. 그러나 내부 고발자 중에 언론의 힘을 빌리지 않은 이들이 있을까? 물론 있었겠지만, 조용히 상부에 보고한 탓에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조용히 사라졌을 거다. 내부 고발자들이 기댈 곳은 언론밖에 없다. 스노든은 말한다. 세상에 알린 후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고 싶었다고. 내가 틀린 건지, 정부가 잘못한 건지를.
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