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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년 예산 증가 3%대로 억제”… ‘총선용 선심’ 차단이 관건

입력 | 2023-08-14 23:57:00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하는 내년 예산안의 규모를 올해보다 3%대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3%대 예산 증가율은 2017년(3.6%) 이후 처음이다. 앞서 6월 재정전략회의에서 내놓은 4%대 중반보다도 낮은 수치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방침을 여당에 보고하고 막바지 예산안 편성 작업을 하고 있다.

7년 만에 예산 증가 폭을 3%대로 낮추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재정 건전화를 위해 정부는 올해 예산 증가 폭을 5%대로 낮춘 데 이어 내년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확장 재정을 앞세운 지난 정부에선 총지출이 연평균 8.9%씩 늘며 4년 만에 국가 예산이 42% 급증한 바 있다.

무엇보다 올해 역대급 세수 펑크가 예고되자 정부가 어쩔 수 없이 강력 긴축에 나서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측면이 크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거래 부진 여파로 상반기 세수는 1년 전보다 40조 원가량 덜 걷혔다. 이로 인해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려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정부가 1∼7월 한은에서 일시 대출한 돈은 100조 원을 웃돌며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문제는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포퓰리즘 정책과 법안을 밀어붙이는 정치권이다. 여당은 세금 감면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을 앞다퉈 발의하고,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은 35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주장한 데 이어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넣어 채무자 빚을 탕감해 주는 ‘배드뱅크’를 설치하자고 나섰다. 선거철이면 표를 의식한 현금 퍼주기 정책이 되풀이돼 왔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아동수당 등 각종 무상복지 정책이 선거의 산물이다.

하지만 나라 곳간은 더 이상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과 공약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실질적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상반기에만 83조 원 적자이고, 나랏빚은 1083조 원을 넘겼다. 최근 재정 악화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은 미국처럼 화폐를 찍어내서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지금은 여야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와 재정 건전화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