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 발표하는 내년 예산안의 규모를 올해보다 3%대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3%대 예산 증가율은 2017년(3.6%) 이후 처음이다. 앞서 6월 재정전략회의에서 내놓은 4%대 중반보다도 낮은 수치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방침을 여당에 보고하고 막바지 예산안 편성 작업을 하고 있다.
7년 만에 예산 증가 폭을 3%대로 낮추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재정 건전화를 위해 정부는 올해 예산 증가 폭을 5%대로 낮춘 데 이어 내년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확장 재정을 앞세운 지난 정부에선 총지출이 연평균 8.9%씩 늘며 4년 만에 국가 예산이 42% 급증한 바 있다.
무엇보다 올해 역대급 세수 펑크가 예고되자 정부가 어쩔 수 없이 강력 긴축에 나서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측면이 크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거래 부진 여파로 상반기 세수는 1년 전보다 40조 원가량 덜 걷혔다. 이로 인해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려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정부가 1∼7월 한은에서 일시 대출한 돈은 100조 원을 웃돌며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나라 곳간은 더 이상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과 공약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실질적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상반기에만 83조 원 적자이고, 나랏빚은 1083조 원을 넘겼다. 최근 재정 악화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은 미국처럼 화폐를 찍어내서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지금은 여야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와 재정 건전화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