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군인 낙태 비용 지원 금지” 수정안 하원 일방통과… 민주당 반발 백악관 “안보를 정치이슈 인질 삼아” 상원 충돌 예고… 예산집행 차질 우려
미국 하원 다수당인 야당 공화당이 국방부의 낙태비 지원 중단 등 집권 민주당이 반대하는 조항이 담긴 2024년도(올 10월∼내년 9월) 국방수권법안(NDAA)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NDAA가 처음 통과된 1961년 이후 62년 만에 최초로 NDAA를 초당적으로 합의해 통과시키는 관행이 깨졌다. 낙태, 동성혼, 총기 등 소위 ‘문화 전쟁’ 의제를 둘러싼 양당의 대립과 미 사회의 분열 또한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총 435석인 하원은 14일 본회의를 열어 찬성 219표, 반대 210표로 내년도 NDAA를 통과시켰다. 일부 기권이나 이탈 표를 제외하면 공화당 의원은 찬성표를, 민주당 의원은 반대표를 던진 모습이 뚜렷했다. 이에 따라 8860억 달러(약 1127조 원) 규모의 내년도 국방 예산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폐쇄)’ 우려까지 나온다.
하원을 통과한 NDAA에는 공화당 내 보수 강경파가 발의한 수정안이 대거 반영됐다.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한 후 낙태가 금지된 주(州)에서 근무하는 군인이 낙태를 허용하는 다른 주로 이동해 시술을 받는 비용을 지원하는 국방부 정책을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성전환 군인을 위한 특수 치료, 군부대 내 ‘드래그(여장 남자) 쇼’ 공연, 군사학교 도서관의 급진적 성 이념 서적 구입 및 보유도 금지했다. 국방부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부서를 폐지하는 내용 또한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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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통과돼왔던 국방 법안을 ‘납치’했다. 미군과 미국의 안보 태세를 극도로 분열적인 정치적 의제의 ‘인질’로 잡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이 법안의 상원 심사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NDAA는 상·하원에서 각각 법안을 의결한 뒤 병합해 단일안을 다시 통과시키고 미 대통령이 서명해야 발효된다. 현재 상원 100석 중 민주당과 친(親)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이 51석을 점유하고 있다. 당장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미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AP통신과 시카고대가 15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 민주주의가 얼마나 잘 작동한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10%만이 “매우 또는 잘 작동한다”고 답했다. “전혀 또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답은 49%에 달했다. “미 의회가 민주주의 가치를 옹호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은 5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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