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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VNL 12전 전패 수모… 35위까지 추락한 여자배구의 암울한 현실

입력 | 2023-07-03 14:55:00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정호영과 강소휘가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불가리아의 경기에서 수비에 실패한 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2023.6.27 뉴스1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만들었던 여자 배구가 김연경(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베테랑들의 은퇴 이후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도무지 부진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세자르 에르난데스(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2일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최종 12차전에서 폴란드에 세트스코어 0-3(23-25 18-25 16-25)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VNL 12전 전패, 승점 0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12경기에서 단 3세트를 따는 데 그쳤으며 5세트까지 끌고 간 경기도 없었다.

한국은 2021년 막판 3연패를 시작으로 2년 연속 전패의 수모를 당하며 VNL에서만 27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대회 불가리아의 경기에서 1대 3으로 패배한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3.6.27 뉴스1



도쿄 올림픽 이후 세계랭킹 14위까지 올랐던 여자 배구대표팀은 VNL이 끝난 뒤 35위까지 추락했다.

VNL 경기마다 랭킹이 측정되는데 1경기도 이기지 못했던 대표팀은 매 경기마다 포인트가 깎였다. 참고로 남자 배구대표팀의 세계랭킹이 33위로 어느새 여자 대표팀과 순위가 바뀌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을 마치고 세자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심각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세대교체의 여파가 있다고는 하지만 2년 연속 VNL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은 심각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예선(1승4패)까지 포함할 경우 세자르 감독 부임 후 성적은 1승28패, 승률 3.45%에 그친다. 그 동안 무수히 많은 사령탑들이 한국 지휘봉을 잡았지만 이 정도까지 참담한 성적을 거둔 감독은 없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불가리아의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3.6.27 뉴스1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더 중요한 대회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9월초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뒤 이후 폴란드로 날아가 파리 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치른다.

한국은 세계예선전에서 폴란드, 이탈리아, 미국, 독일, 태국과 경쟁하는 데 조 2위까지 올림픽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안 그래도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는 여자 대표팀이지만 연전연패를 거듭하는 세자르 감독 체제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불가리아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2023.6.27 뉴스1



주변의 비판을 의식한 듯 세자르 감독은 2일 VNL을 전패로 마친 뒤 “8월 대표팀 재소집 이후에는 달라진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그는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되면 책임 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어차피 대한배구협회와 그의 계약기간은 올해까지다. 최근 프랑스 넵툰스 드 낭트 구단 사령탑에 선임된 세자르 감독 입장에서는 한국 대표팀에 더 이상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한국 여자 배구는 VNL에서 2년 연속 치욕스러운 결과를 얻으면서 국제 배구 무대에서 ‘승점 자판기’로 전락했다. 과연 어디까지 더 추락해야 하는 것인지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