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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세계챔프의 꿈… 어른들 실책으로 물거품

입력 | 2023-07-03 03:00:00

“예선 우승 남서울A팀에 부정선수 2명”
월드시리즈조직위, 한국 본선 티켓 박탈
세계연맹 승인 안 받고 선수 이적 화근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지난달 26일 경기 화성드림파크에서 열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LLWS)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 결승에서 대만을 2-1로 꺾고 2년 만에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팀 구성 과정에서 대회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 결국 본선 진출권을 박탈당했다. 한국리틀야구연맹 제공


아이들은 경기에서 이겼다. 그러나 어른들이 규칙을 어겼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박탈당한 이유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LLWS) 조직위원회는 “한국 대표 남서울 A팀이 팀 구성 규칙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 우승팀을 남서울 A팀에서 대만 대표 구이산초등학교로 바꾸기로 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남서울 A팀은 지난달 26일 경기 화성에서 열린 LLWS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 결승에서 구이산초등학교를 2-1로 물리친 상태였다.

LLWS는 예선전 우승팀이 지역 대표로 그다음 단계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대회를 치른다. 남서울 A팀도 한국 예선에서 우승한 뒤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에 참가했다. 문제는 남서울 A팀 소속 선수 두 명이 한국 예선 때는 남서울 B팀에서 뛰었다는 점이다.

남서울 A팀과 B팀은 원래는 한 팀이다. 남서울 A팀은 선수 두 명이 부상을 당하자 B팀과 선수 두 명을 바꿔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에 나갔다. 원래 같은 팀이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학교와 거주지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그 지역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세계리틀야구연맹 규정을 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세계 연맹에 ‘이번 결정은 존중하지만 세계를 관리하는 단체인 만큼 지역의 특수성을 이해해 주는 유연한 지침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한국 연맹이 세계 연맹에 이 선수 이동에 관해 문의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세계 연맹에서 선수 이적과 관련해 ‘자주 묻는 말(FAQ)’ 제1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게 ‘지역 연맹에는 지역 내 선수 이적을 승인할 권한이 없으니 서면으로 세계 연맹에 승인을 요청하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LLWS 조직위는 결국 결승뿐 아니라 남서울 A팀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에서 치른 5경기 결과를 전부 몰수패로 수정했다. 야구에서 몰수 경기가 나오면 패한 팀이 이닝마다 1실점한 것으로 처리한다. 리틀야구는 6이닝제이기 때문에 남서울 A팀은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 전 경기에서 0-6 패배를 당한 것으로 LLWS 역사에 남게 됐다.

리틀야구 한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 왔던 한국 리틀야구의 위상과 월드시리즈 본선 무대만 보고 열심히 땀 흘렸던 아이들의 마음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말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은 LLWS에 처음 출전했던 1984년 우승을 차지한 뒤 1985년 2연패에 성공했으며 2014년에도 세계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