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6일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위성 발사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종류의 로켓엔진을 사용하고 있단 점에서 그만큼 ICBM 기술력이 고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30일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의 항행경보 상황판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일본 해상보안청에서 제공한 항행경보를 바탕으로 서해 2곳과 필리핀 동쪽 해역 1곳 등 총 3곳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구역을 설정, 이달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항행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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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 예고에 따라 항행경보가 발령된 3곳 가운데 가장 북쪽 해역은 충남 대천항에서 직선거리로 230~300㎞가량 떨어진 서해 공해상이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실은 로켓을 쐈을 때 1단 추진체가 떨어질 곳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에 따른 항행경보 발령 지역. (해양수산부)
제주도 서쪽 약 300㎞ 공해상에 항해경보가 발령된 곳엔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에서 페어링(위성 보호덮개) 등이 낙하할 것으로 추정된다. 거리상으론 우리나라보다 중국에 더 가깝다.
이와 함께 필리핀 루손섬 동쪽 700~1000㎞ 공해상에도 항행경보가 발령됐으며, 이곳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때 2단 추진체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단 추진체 낙하 예상 지점만 비교하면 은하 3호·광명성 4호 때보다 북한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2단 추진체 연소 시간은 북한의 기존 로켓보다 길고 비행속도는 더 빠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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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2018년부턴 이른바 ‘비핵화’ 문제를 화두로 미국 등과의 정상외교에 나서면서 한동안 ICBM 발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2019년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간 실무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의 다시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북한은 작년에만 8발, 올 들어서도 벌써 3발의 ICBM을 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ICBM 기술은 아직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등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궤도에 위성을 쏴 올리는 기술은 상당 부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3월 국회 답변에서 “(북한이) 그동안 ICBM을 발사하면서 위성발사를 위한 기술을 축적해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리 부위원장이 언급한 “미국과 그 추종 무력들의 위험한 군사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감시·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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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날씨 등 환경만 뒷받침되면 6월 중 최대한 이른 시점에 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보통 위성 발사 기간을 통보할 땐 첫날을 기준으로 하고 나머지는 예비 개념인 경우가 많다”며 “한미일 등의 주요 안보 관련 이벤트에 맞춰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날부터 나흘간 제주도에선 우리 정부가 주관하는 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회의와 아시아·태평양 순환훈련 ‘이스턴 엔데버 23’가 잇달아 진행된다. 또 내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땐 한미 및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위성 발사 땐 보통 하루 전에 위성체를 실은 발사체를 발사대에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성 발사가 임박한 시점이 되면 관련 움직임이 한미 등이 감시자산에 곧바로 노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