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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노동 인구, 양보다 질 높여라”

입력 | 2023-05-01 03:00:00

기업의 ‘기대 수명’ 연장하려면 인구 고령화-노동력 부족 대비해야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로 1인당 생산성 제고하는 혁신 필요




기업의 목표가 이윤 극대화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기업 컨설턴트인 아리 드 호이스는 기업이 ‘기대 수명’을 늘리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윤 추구도 기업 생존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기업이 기대 수명 연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외부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학습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중에서도 인구 변동은 생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외부 환경 변화다. 인구는 특정 시점에서는 정적 집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적 집단이 된다. 인구 변동에 구애받지 않는 불변의 생존 법칙은 없다. 달라지는 인구 구조에 맞춰 유연하게 생존 전략을 꾸려 가야만 하는 이유다.

● 인구 소멸 시대 기업 전략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960년대 6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급감했다. ‘인구 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출생 시 기대 수명은 1950년 47.9세에서 2021년 83.6세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키워내고 있다. 육아용품 고급화 트렌드를 반영한 시장이 대표적이다. 노인의 노후나 젊은 세대의 취업 방식, 은퇴 설계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출산율 감소로 인한 평균 가구원 수 변동도 생활방식을 바꾸고 있다. 국내 평균 가구원 수는 1970년 5.5명에서 2020년 2.34명으로 줄었는데, 이는 아파트 구조에도 반영되고 있다. 1970년대 건축된 대형 아파트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2000년대 세워진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비교해 보면 같은 면적대인데도 방의 개수가 5개에서 3개로 줄어들었다. 가구원 수 변동이 주거 공간의 변화를 가져오고, 주택 개조와 주택 사업에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인구 변동에 발맞춰 이전과는 다른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마케팅과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인구학 분야 중 하나인 ‘비즈니스 인구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인구학이란 출산이나 인구 고령화 같은 인구학적 현상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 현상을 바탕으로 과학적인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리는 연구 분과를 가리킨다.

● 비즈니스 인구학에 주목

특히 비즈니스 인구학은 무엇보다 ‘맞춤형 고객 지향’의 생산과 소비 체제를 형성하기 위해 어떻게 시장을 세분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예컨대 인구 경제적 특성이 유사한 사람들은 서로 가까운 곳에 거주한다. 일종의 유유상종 법칙이 작용하는 셈이다. 이를 고려해 시장을 세분화해야 마케팅에서 주된 표적으로 삼아야 할 고객이 누구인지 섬세하게 분류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지리정보체계(GIS)를 탑재한 인구 조사는 시장의 세분화를 이전보다 훨씬 쉽게 만들어주고 있다. 연구자는 기업의 고객 정보를 GIS 인구 조사에 접목해 모집단을 인구 경제적 특성이 유사한 군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렇듯 비즈니스 인구학은 시장 세분화 이외에도 사업체의 입지 분석, 인적 자원 관리 등 다양한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서 매우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비즈니스 인구학은 비즈니스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교역 국가를 넓혀 나갈 때도 도움이 된다. 불행히도 아직 많은 기업이 세계 각국의 인구학 자료를 잘 활용하지 않고 있지만 3세계 국가, 특히 인구 강국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시장 진출에 필수적이다. 시장 정보, 특히 노동력과 채용할 인적 자원에 대한 정보는 매우 유용할 수 있다.

● 기술을 활용한 경쟁력 유지

결국 기업이 수명 연장을 위해 해결해야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정년 연장도 그중 하나다. 기대 수명이 크게 향상된 오늘날에는 65세가 넘어도 젊은이 못지않게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노인이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해결책은 생산 가능 인구 중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실질적인 생산 가능 인구로 포함시키는 전략이다. 이를테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고 청장년층의 고용률을 높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하면서도 소홀히 해왔던 중요한 해결책은 기업의 교육 부문 투자나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그리고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 활용을 통해 직원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전략이다. 1인당 생산성이 2배로 향상된다면 이론적으로 노인 인구가 2배로 늘어나도 현 상태의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동안의 기업 정책 방향은 산업사회에 기반을 두고 정년 연장과 여성 취업률 같은 인구의 양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정보지식 사회에는 인구의 양을 넘어 질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인구의 질 향상을 위해 산업 지형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생존 전략을 꾀해야 한다. 제조업에서 생산 라인에 로봇을 도입해 자동화를 꾀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구매량과 구매 시기가 반영된 공급 체제를 구축해 판매를 효율화해야 한다. 현재 시장은 대량 생산 소비 체제에서 ‘맞춤형 고객 지향’의 생산과 소비 체제로 변하고 있다.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노동인구의 질을 높이고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세분화해야 변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성용 한국인구학회장 sleepop2022@gmail.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