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계약금-잔금 이체내역 포함시켜… 중개사 통해 지급한 임차인 등 울상 센터측 “보증금 속이는 사례 방지용”… 피해자들 “신청자 몰리자 문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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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오피스텔에 전세로 살던 최모 씨(31)는 자신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전세 보증금 1억3500만 원을 떼일 위기에 놓였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해 뒀기 때문이었다. 그는 HUG에서 전세금을 돌려받아 다른 집으로 이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3월 그가 전세금 반환 신청을 한 HUG 서울 동부관리센터에서 ‘집주인에게 계약금과 잔금을 이체한 내역을 제출하라’는 요구가 왔다. 전세 계약 당시 잔금 일부를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주인에게 입금했던 그는 이 돈이 집주인에게 송금됐다는 사실까지 증빙해야 했다. 문제는 집주인은 물론 중개사까지 모두 연락이 두절됐다는 것. 그는 “서류 미비를 이유로 보증금 반환 청구는 접수조차 안 됐고 그사이 전세대출 이자만 두 배로 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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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를 증빙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임대차 계약의 가계약금이나 계약금은 소액이어서 현금으로 내는 경우도 많고, 중개사를 통해 집주인에게 입금하기도 한다. 이 경우 중개사와 집주인에게 다시 연락해 증빙을 갖춰야 하는데, 전세 사기는 공인중개사도 폐업하거나 연락이 두절되고 집주인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세입자는 “HUG가 전세 계약을 했던 2년 전의 가계약금 수준인 100만∼200만 원 규모 이체 내역까지 요구하고, 이를 증빙 못 하면 계속 보완을 요구해 당혹스럽다”며 “업무가 몰리니 일부러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체 내역 확인서를 전국 공통이 아니라 HUG의 서울 동부·서부관리센터에서만 요구하는 점도 논란이다. 보증금 반환 신청은 보증서에 임의로 지정되는 관할 센터로 하는데, 특정 센터만 추가로 서류를 요구해 형평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HUG 측은 “전세 계약서상 보증금과 실제 보증금을 다르게 기재해 HUG에서 더 많은 보증금을 반환받으려 한 사례가 일부 센터에서 발생해 그 같은 사례가 발생한 센터에서 이체 내역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세입자가 끝까지 제출하지 못하면 ‘(추후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서를 쓰고 보증금을 반환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보완 요구를 할지 등 기준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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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