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고서 발표(10일)를 앞둔 미국 뉴욕증시는 불안합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죠. 다우지수 -1.66%, S&P500 -1.85%, 나스닥지수 -2.05%.
이날은 은행주가 일제히 크게 하락했습니다. FT에 따르면 4대 대형은행(JP모건, BoA, 웰스파고, 씨티) 시가총액이 이날 하루에만 524억 달러(69조원)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를 촉발한 건 바로 SVB은행(실리콘밸리뱅크)이 막대한 투자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SVB은행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60.41% 폭락했습니다. 전날 종가가 267.83달러였는데 이날 종가가 106.04달러.
스타트업을 위한 은행을 표방해온 SVB은행. SVB은행 홈페이지
현금이 궁해진 SVB은행은 급기야 보유했던 매도가능증권(미국 국채와 모기지증권) 중 대부분(약 80%)을 팔아치웠습니다. 이 때문에 18억 달러의 세후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개했죠. SVB은행이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인 건 은행 예금이 넘쳐났던 2021년 호황기 때였는데요. 이후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입니다(=채권가격은 하락). 막대한 손실을 볼 게 뻔한데도 채권을 팔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인데요. SVB는 신주 발행으로 22억5000만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하지만 주가 급락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길 듯).
연준의 금리인상에 은행 중 가장 약한 고리부터 타격을 입은 건데요. SVB은행만이 아니라 다른 은행도 비슷한 상황(현금 조달을 위해 채권 매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9일 미국 은행주 주가가 일제히 흔들린 겁니다. SVB은행처럼 코로나 때 대부분 미국 은행엔 예금이 넘쳐났고, 그래서 당시 미국 국채 보유량을 크게 늘려놨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한애란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