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개인전 여는 김병종 교수 내달 30일까지 U.H.M.서 48점 전시… 자연에 압도됐던 유년 경험 등 그려 “붓 한자루로 호랑이와 싸운다 생각, 새벽 5시부터 작업… 열정 끓어올라”
서울 용산구 갤러리 U.H.M.에서 6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 겸 가천대 석좌교수가 9일 꽃을 소재로 한 생명 시리즈 신작 ‘생명의 노래―화홍산수’ 앞에서 미소지었다. 김 교수는 “새벽에 커피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해서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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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주제로 작업해 온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 겸 가천대 석좌교수(69)가 서울 용산구 갤러리 U.H.M.에서 6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21점을 포함해 총 48점을 선보인다.
전시 개막일인 9일 갤러리에서 만난 김 교수는 “최근 200호, 300호가 넘는 대작들과 씨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화홍산수’, ‘풍죽’, ‘송화분분’ 등 100호가 넘는 큰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새로 제작한 작품은 2022년작 10점, 2023년작 11점이다.
김 교수는 “주로 새벽에 작업실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붓 한 자루를 들고 캔버스 앞에 섰을 때 교차하는 다양한 감정이 있다. 이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주로 밤에 작업했지만, 요즘은 오전 5시쯤 작업실로 이동해 오전 11시까지, 어떨 때는 저녁까지도 작업을 이어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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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생명의 노래-풍죽’, ‘생명의 노래-12세의 자화상’ 갤러리 U.H.M. 제공
그는 그림 작업뿐 아니라 저서 집필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럽 여행기를 시와 그림으로 풀어낸 ‘시화기행’ 두 권을 펴냈다. 조만간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생명을 주제로 한 대담을 엮어 ‘생명 칸타타’(가제)를 출간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과학자의 관점에서, 김 교수는 예술가의 관점에서 생명에 관해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김 교수는 지난해 작고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도 각별하고 깊은 인연을 맺었다. 2014년 ‘김병종과 이어령의 생명 동행’ 전시를 열고, 이 전 장관의 시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김 교수가 직접 현장에서 붓으로 쓰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세상을 떠나기 열흘 전쯤 “내가 퍼뜨린 문자의 밈(meme)으로 내 후손이 남겨진다고 생각한다”며 “김 교수는 색채와 형상의 밈을 많이 퍼뜨려 후손으로 번성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전 금요일에 뵙기로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약속을 미루며 못 만날 것 같다고 하시고는 저희 집으로 하얀 난을 보내셨죠. 그리고 다음 날인 토요일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우리가 남긴 문자와 색채의 밈이 사방에 퍼져 날아다닐 것이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하신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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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직 제 양쪽 눈의 시력이 모두 1.5이고, 정신과 몸 상태도 최고조에 오른 것 같습니다. 다시 200호, 300호짜리 화판을 다량 맞췄어요. 대작을 그리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4월 30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