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DB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평균 가격이 3년 새 약 1200만 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가격은 매년 연평균 10% 넘게 치솟으면서 대당 4000만 원 후반 선으로 뛰어올랐다. 완성차 업체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급 브랜드 도입 등 고가 판매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승용차의 평균 가격은 4806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그리고 부가가치세까지 포함된 것이다. 2021년 신규 승용차 평균 가격이었던 4444만 원보다 8.1%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승용차 평균 가격이 5000만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량 가격,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포함한 금액. 자료: 국토교통부 등.
세단과 SUV 모두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으나, SUV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세단의 평균 가격은 2019년 3287만 원(부가가치세 제외)이었으나 지난해 4309만 원으로 오르며 연평균 9.4% 올랐다. SUV는 같은 기간 3296만 원에서 4424만 원으로 오르며 연평균 상승률 10.3%를 나타냈다.
수입차, 전기차, SUV 등 고가 차량이 늘어나면서 승용차 평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서 신규 등록된 승용차는 총 148만130대로 2021년(143만1002대) 대비 줄었다. 하지만 수입차 판매량은 2022년 28만3435대로 2021년(27만6146대) 대비 2.6% 증가했다. 차량 가격 1억5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수입차가 2021년(1만9030대)보다 약 28% 늘어난 2만4356대 팔렸다. 신규 등록된 전기 승용차도 지난해 12만3942대를 기록해 1년 전 7만1529대보다 73.3% 증가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1~6월)만 해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겪었다. 여기에 리튬 등 배터리 원자재, 자동차용 철강 등의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업체들은 차량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고가 차량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하거나 판매 단가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후 하반기(7~12월)부터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된 뒤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은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신차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완성차 업체들은 기아 EV9와 같은 전기 SUV나 하이브리드차량 등 고가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신차 판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