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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테라-루나’ 권도형 사기혐의로 기소…韓 수사도 탄력

입력 | 2023-02-19 20:09:00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Bloomberg 갈무리) 2022.05.17 /뉴스1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를 증권거래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SEC가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국내에서도 권 대표에 대해 증권 범죄 혐의를 적용하려는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SEC가 16일(현지 시간) 권 대표를 미국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EC는 “권 대표가 디지털 자산을 판매하며 투자자들로부터 모금한 수십억 달러 중 다수는 등록되지 않은 증권”이라며 “투자자들은 최소 40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통신은 또 SEC 고발장을 인용해 “권 대표가 비트코인 1만 개를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이 어려운 전자지갑)에 보관해왔고, 지난해 5월부터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해 현금으로 전환해왔다”고 보도했다. 19일 비트코인 시세에 따르면 약 3179억5000만 원 규모다. 또 “최근까지 스위스 은행에서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을 인출했다”고 했다.

테라 루나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 관계자는 “어떤 내용으로 기소를 준비한다는 내용은 한미 당국간 소통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며 “SEC가 테라·루나를 증권으로 봤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검찰은 가상화폐가 증권성이 있는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아왔다. 증권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당국이 권 대표의 소재를 추적해 먼저 신병을 확보하면 권 대표 국내 송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 대표는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현재 세르비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