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中, 백지 시위 이어 ‘백발 시위’

입력 | 2023-02-17 03:00:00

노인들, 의료보조금 삭감 항의
우한-다롄 등서 대규모 거리로



1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의료 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노인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중국에서 의료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노인들이 대거 길거리로 나서는 ‘백발(白髮) 시위’가 최근 확산돼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중국 젊은이들이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와 언론 자유를 요구하며 하얀 종이를 들고 ‘백지(白紙) 시위’를 벌인 이후 또다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랴오닝성 다롄에서 지방 정부의 의료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RFA는 “시위 참가자 대부분이 머리가 희끗한 고령자여서 ‘백발 시위’로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 규모에 대해선 추정이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수백 명이라고 전했고, RFA는 수천 명, 대만 중앙통신사는 수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이 시위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외신들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토대로 규모를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는 우한시와 다롄시 당국이 이달부터 은퇴자들의 의료보조금을 약 70% 삭감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발생했다. 개인별로 월 260위안(약 4만9000원) 정도 받던 보조금이 83위안(약 1만6000원)으로 대폭 깎인 것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대규모 검사와 검역 등에 드는 비용을 지역 의료보험 기금으로 충당했다. 여기에 경제난까지 겹쳐 지방 재정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우한시와 다롄시 외에 다른 지역도 재정 여건이 비슷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다음 달 집권 3기 출범을 앞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