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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한테 얘기하면 된다더라.” “○○ 아들은 벌써 내정이 됐다던데….” 현대자동차 노조가 최근 ‘채용 관련 어떠한 불법행위도 근절한다’는 제목의 특이한 보도 자료를 냈다. 올해 700명의 생산직 근로자 채용을 앞두고 온갖 소문이 다 돌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채용 과정에 청탁·압력·강요·금품·향응은 있을 수 없다. 비리 연루자는 법적 책임을 묻고 일벌백계하겠다”고 했다.
▷노조가 직원 채용과 관련해 이처럼 이례적인 입장 표명을 한 건 18년 전 현대차·기아 채용비리 사건의 트라우마가 생생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아는 2004년 10월 광주공장 생산계약직 근로자를 뽑으면서 1079명의 채용 인원 중 30%에 대한 ‘추천권’을 노조에 준 사실이 이듬해 초 드러났다. 원래 1000명으로 예정됐던 인원이 늘어난 것도 너무 많은 청탁이 몰렸기 때문이란 말이 나왔다. 추천권을 행사하는 노조 간부에게 거액의 사례금을 건네고 입사한 근로자 중에는 나이, 학력을 속인 부적합자가 적지 않았다.
▷당시 기아 노조위원장이 “인사 청탁이 관행화되면서 광주공장 노조 간부처럼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 입사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고 없는 응시자는 사실상 입사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노조 관계자들이 채용에 깊숙이 개입했다. 2005년 5월에는 현대차 쪽까지 사태가 번졌다. 노조 간부, 대의원들이 취업 청탁을 대가로 사례금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일부는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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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기아 단체협약의 ‘고용세습’ 조항이 문제로 떠올랐다. 노동당국은 작년 말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기아 단협을 고치라는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헌법상 평등권, 채용 때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정책기본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 삭제한 조항이지만 기아 노조는 여전히 ‘협약 사수’를 외치고 있다. 좁은 취업문을 넘으려고 애쓰는 MZ세대 청년들의 눈에 이런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두렵지 않은가.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