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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끝이 보인다? …신흥국 주식·채권 펀드로 자금 유입

입력 | 2022-08-09 11:33:00


신흥국에서 자금을 대거 빼 냈던 해외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다시 신흥국의 주식·채권 펀드를 사들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바닥을 친 신흥국으로 눈길을 돌린 영향이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번달 3일까지 신흥국 주식펀드 자금은 8억 달러 순유입 됐다.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순유입이다.

신흥국 주식펀드 자금은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과, 내외금리차 확대 우려, 주가 하락 등으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출돼 왔다. 우리나라와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주요 8개국의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도 올 들어 673억2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국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21~27일 신흥국 주식펀드가 7억 달러 순유입된 데 이어 28일~이번달 3일에도 8억 달러 유입되는 등 2주 연속 유입세를 지속했다. 같은 기간 신흥국 채권펀드도 1억 달러 순유입되는 등 13주만에 소폭 순유입 전환됐다.

한국의 경우 7월 14~20일 8억8000만 달러, 7월 21~27일 1억9000만 달러, 7월 28~8월 3일 13억200만 달러 순유입됐다. 최근 한 달 간 23억1000만 달러 순유입됐으나 올해 연간으로는 133억 달러 순유출됐다.

신흥국들의 신용위험도 대부분 국가에서 하락했다. 주요 신흥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대부분 국가에서 하락했고, 통화가치도 콜롬비아(1.9%), 칠레(0.8%)를 중심으로 상승하는 등 전주대비 0.18% 절상됐다.

신흥국 주식·채권 펀드 자금이 매수세로 돌아선 것은 미 증시 반등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발언으로 아시아 등 신흥국 통화 강세로 이어진 영향이다. 통상적으로 자국 통화의 강세는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순유입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니 이를 운용할 유인이 사라지고, 자금을 대거 빼 낼 가능성이 커진다.

미 연준은 지난달 26~2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1.50~1.75%에서 2.25~2.5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하고 회의마다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FOMC의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이 출현할 경우 통화정책방향을 이에 맞게 조정하기 위해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두고 연준이 앞으로도 물가에 중점을 두겠지만 금리 인상폭은 작아질 가능성이 높은 등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시장에서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지수를 감안하면 아직 경기침체 진입 전인 만큼 신흥국이 금융 시장이 다시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8을 기록해 전문가 예상치 52.1을 웃돌았다. 이는 6월 기록한 53을 밑돌았을 뿐 아니라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국면을, 50 아래면 위축을 의미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는 “ISM 제조업 지수가 50을 웃돌고 있어 아직 경기침체 진입 전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위험자산 과 원자재의 추가 약세를 시사한다”며 “원자재 약세로 신흥국 인플레이션 둔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신흥국 장기채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신흥국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된 것은 미 고용지표가 발표되기 전이다. 10일(현지시간) 발표되는 소비자 물가지표가 변수일 수는 있지만, 예상치를 두배나 뛰어넘는 양호한 고용지표에 앞으로 미 연준이 긴축 속도를 가속화할 경우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세계은행이 지난 6월 개발도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6%에서 3.4%로 하향 조정하는 등 신흥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높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최근 2~3주 간 신흥국의 주식·채권 펀드가 유입세를 보이긴 했지만 소폭에 그쳤고 유입된지도 얼마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반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적으로 해석하면서 공격적 긴축 가능성을 낮게 본 영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지표 호조로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고,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신흥국 경기침체 가능성과 중국 경제 둔화, 코로나19 재확산 등 이슈가 남아 있는 만큼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시장이 신흥국 주가가 바닥을 쳤다고 볼 경우 긴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