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11 설계’ 알자와히리 21년 추적끝 제거 빈라덴 후계자… 드론 공습에 피살 바이든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
200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오사마 빈라덴(오른쪽)과 아이만 알자와히리. 코스트=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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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테러를 주도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71)가 미국의 공습으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사망했다. ‘알카에다의 두뇌’로 불려온 그는 2인자로 지내다 2011년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이후 후계자를 맡아 조직을 이끌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백악관 연설에서 알자와히리가 지난달 31일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공습 당시 알자와히리는 탈레반 고위 지도자가 소유한 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국적의 외과의사 출신인 알자와히리는 빈라덴과 함께 9·11테러의 설계자로 알려졌다. 그동안 그는 사망설이 불거질 때마다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건재를 과시해 왔다. 미국은 현상금 2500만 달러(약 326억 원)를 내걸고 21년간 그를 추적해 왔으며, 올 4월 소재를 파악해 제거 작전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철수 1년’을 앞두고 이번 작전을 성공시켜 당시의 수모를 만회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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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월 ‘카불 은신’ 첩보 입수 뒤 집 모형 만들어 치밀하게 작전 준비
바이든 승인… 지난달 31일 제거작전
바이든, 코로나 격리에도 TV연설… 美 정보전-대테러전 승리 평가 나와
알자와히리, 빈라덴과 9·11테러 설계… 이집트 출신… 알카에다 조직화 주도
미군과 중앙정보국(CIA)이 지난달 31일 새벽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71)의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그는 안가 발코니에 혼자 나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상공에 떠 있던 드론이 이 상황을 포착했고 ‘닌자 미사일’이라고 불리는 초정밀 유도 미사일인 R9X 2발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 홀로 발코니 나와 있을 때 노려 제거
미국은 알자와히리가 거주하고 있는 집의 모형을 만들어 내부 구조를 분석하고 그의 평소 생활습관을 관찰하며 작전을 준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작전을 승인했고, 엿새 뒤인 31일 오전 6시 18분경 집 발코니에 있던 알자와히리를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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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선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궁지에 몰렸던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다소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지상군을 아프간에서 철군시켜도 테러와는 계속 맞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석 달 뒤 탈레반의 아프간 재점령으로 타격을 입었다. NYT는 “(이번 작전은) 미국이 지상군을 배치하지 않고도 여전히 테러조직과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바이든의 주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
○ 9·11테러 설계… 빈라덴 사후 조직 이끌어
1951년 이집트 명문가에서 태어난 알자와히리는 카이로대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 입학 전인 14세 때부터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에 가입해 활동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현지에서 난민 구제 활동을 하며 빈라덴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빈라덴이 자금을 담당하고, 알자와히리가 조직 건설과 이슬람 혁명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아 1988년 알카에다를 창설했다. 9·11테러 설계에 깊이 관여했던 알자와히리는 “(9·11테러는) 신의 은총이 있기에 가능했던 위대한 승리”라고 했다.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왼쪽)와 오사마 빈라덴.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은 2002년 4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입수해 방송했다. 이 영상이 촬영된 시점과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알카에다의 2인자였던 알자와히리는 2011년 빈라덴이 사살된 이후 조직을 이끌어 왔다. AP 뉴시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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