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공항서 제지 당하자 군용기 도피, 美로 이동 가능성… 한때 시민권 보유 ‘15년 스리랑카 통치’ 라자팍사 일가… “권력 주고받으며 부도 촉발” 비판받아 ‘中 일대일로’ 참여도 부채 급증 요인… 대통령궁 진입 시위대, 사치에 분노
13일 스리랑카 최대 도시 콜롬보의 대통령궁을 반정부 시위대가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다. 2019년 집권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5월 최초의 국가 부도 후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9일 사임 의사를 밝혔고 13일 이웃 몰디브로 도피했다. 콜롬보=AP 뉴시스
남부 함반토타 불교도 싱할라족 유력 가문인 라자팍사 일가는 2004년부터 2016∼2018년을 제외하고 총 15년간 스리랑카를 좌우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의 형 마힌다(77)는 2005∼2015년 재선 대통령을 지내며 고타바야를 국방장관, 형 차말(80)을 관개부 장관에 앉혔다. 형의 뒤를 이어 2019년 대통령이 된 고타바야는 형 마힌다를 총리, 동생 바실(71)을 재무장관으로 기용했다. 4형제가 대통령, 총리, 장관 등을 주고받으며 부도를 촉발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 두바이행 실패 후 하루 만에 몰디브로
고타바야 대통령은 몰디브를 경유해 최종 목적지인 제3국에서 대통령 사퇴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7년간 미국에 거주했던 고타바야 대통령이 최종 기착지로 미국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들 마노즈(40)가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기도 하다. 국책 사업 허가 때마다 최소 10%의 이권을 챙겨 ‘미스터 10%’란 별명이 붙은 바실 전 재무장관 역시 스리랑카를 떠나 미국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고타바야 대통령의 비자 신청을 거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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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정국 혼란도 가속화하고 있다. 고타바야와 동반 사퇴할 것으로 전해졌던 야권 출신 라닐 위크레메싱헤 총리는 사임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크레메싱헤 총리는 이날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 시민들 “공개 감옥에 가둬야” 분노
고타바야 대통령은 국방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9년 1983년부터 26년간 계속됐던 힌두교도 타밀족과의 내전에서 승리해 ‘싱할라족과 불교도의 수호자’ 이미지를 굳혔다. 다민족 다종교 국가인 스리랑카에서 2200만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싱할라족은 타밀족, 말레이계 이슬람, 기독교도 등 소수파를 잔혹하게 탄압했다.그는 싱할라족의 지지를 바탕으로 2019년 권좌에 올랐지만 과도한 감세 정책을 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주력 산업인 관광업까지 붕괴하자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최초로 부도를 맞았다. 일대일로에 참여하면서 지게 된 중국에 대한 부채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도 직전 세계 최초로 전면 유기농 농법을 시도하겠다며 화학 비료 수입을 아예 금지한 것도 고질적인 식량난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위대 니말 씨는 BBC에 “라자팍사 일가를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개 감옥에 모두 가둬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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