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청장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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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반발하며 임기 2년을 불과 26일 앞둔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공룡 경찰’ 우려가 큰 상황에서 행안부가 손놓고 있는 건 직무유기”라며 경찰 통제 강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2003년 임기제 도입 이래 치안총수 12명 중 8명이 중도 하차하면서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는 임기제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김 청장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반대하다가 떠밀리듯 그만뒀다. 친(親)검찰 성향 인사 위주로 구성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이 장관 취임 당일 첫 회의를 연 이래 한 달여 만에 경찰국 신설을 권고했고, 일주일 뒤 이 장관은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나흘 전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경찰 책임으로 돌리면서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 질타했고, 대통령실은 그날 오후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의 인사검증 동의서를 받았다. 사실상 김 청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안부는 경찰국을 설치하는 내용의 시행규칙을 다음 달 15일 전에 확정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역대 청와대에서 경찰을 직접 지휘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는데, 이는 행안부를 패싱한 것”이라며 경찰국 신설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종철 고문치사 및 조작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991년 옛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을 분리했고, 이후 행안부는 경찰위원회를 통해 경찰을 간접 통제해 왔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민정수석비서관실 폐지로 새로운 통제 방안이 필요하다면 국회 입법으로 해결해야 위법 시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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