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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산불 때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 부산까지 덮쳤다”

입력 | 2022-06-16 13:52:00

국립산림과학원이 경남 밀양 산불 현장 조사에서 촬영한 사진. 밀양시 부북면 일대 산림이 온통 잿빛으로 그을려 있다. 밀양 산불은 지난달 31일 오전 9시 25분경 발생해 5일 오후 3시 5분경에야 완전히 꺼졌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지난달 경남 밀양 산불 때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이 밀양에서 50㎞ 떨어진 부산까지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밀양 산불은 축구장(7140㎡) 1068개 규모인 763㏊의 산림을 태운 뒤 이달 5일에야 진화됐다.

대기 전문가인 전병일 신라대 항공교통관리학과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5월 31일 발생한 밀양 산불이 인근 도시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을 공개했다. 이 논문은 올 가을 한국환경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전 교수는 밀양 부북면 춘화리에서 시작된 산불 연기의 이동 궤적과 이 경로에 속한 도시의 대기오염 수치를 비교 분석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통해 연기의 시간별 이동궤적을 추적했으며 대기오염 수치는 환경부 측정 자료 등을 활용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9시 25분경 산불 발화 지점에서 방출되기 시작한 연기는 경남 김해를 거쳐 부산 최남단인 가덕도 해상까지 북풍을 타고 남쪽으로 이동했다. 연기를 머금은 ‘공기괴’(공기덩어리)는 오후 2시 이후 남서풍을 만나 체크 모양(√)을 그리듯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전 교수는 고도 500m와 1000m, 1500m 상공의 공기괴 이동경로를 추적했는데, 모든 고도의 공기괴는 화재발생 후 3~4시간 뒤 지상 근처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00m의 공기괴는 출발 2시간 만에 지표면으로 완전히 내려앉은 것으로 확인됐고, 이들 공기괴는 모두 9시간 뒤 다시 상승해 500m 이상의 고도를 유지했다.

연구 결과 공기괴가 지표에 닿았을 무렵 경남 김해와 부산 강서구 일대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산불 지점으로부터 남동쪽 35㎞ 지점인 김해 동상동은 오전 11시까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당 22u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당 5ug에 그쳤으나, 오후 2시엔 ㎥당 85ug, ㎥당 70ug를 각각 기록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약 4배, 초미세먼지는 14배나 농도가 치솟았던 것.

다만 낮 12시와 오후 1시 미세먼지 자료는 누락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측정기관이 초미세먼지 등의 농도치가 너무 올라가자 이상치로 여겨 자료 검토 중 제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산불 지점에서 37㎞ 떨어진 김해 장유동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오후 1시가 되자 각각 ㎥당 81ug, ㎥당 49ug까지 높아졌으며, 50㎞ 거리의 부산 명지동도 이날 오후 2시경 각각 ㎥당 61ug과 ㎥당 41ug까지 농도가 상승했다.

세계보건기구의 ‘대기질 가이드라인(AOG)’은 하루 평균 미세먼지의 농도를 ㎥당 45ug, 초미세먼지는 ㎥당 15ug 이내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 교수는 “각 측정지점에서 아황산가스와 오존, 일산화탄소 등 다른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기가 바람을 타고 도심을 지나가는 시간이 길지 않아 부산과 김해 시민의 호흡기 피해가 컸다고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어떤 시도에서든 산불이 발생하면 50~100㎞ 떨어진 도시의 대기가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만큼 대형산불 발생 때 호흡기 건강관리를 당부하는 안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논문은 또 밀양 지역 대기의 특성 때문에 초기 진압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31일 늦은 오후부터 1일 오전까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연기가 화재지점에 갇혀 시야가 희뿌옇게 되는 연무가 발생했고 결국 소방헬기가 뜨지 못했다는 것. 31일 오전 10시 밀양엔 초속 4.2m 이상의 바람이 오후 4시까지 불었으나, 오후 6시 이후엔 초속 1m 이하의 약한 바람이 1일 오전 9시까지 이어졌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