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대법원 청사.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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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낭독된 후 피고인의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형을 가중해 다시 선고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3일 무고·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3년 3월 B 씨가 자신의 허락 없이 증권계좌 개설을 신청했다고 허위로 고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외에도 A 씨는 B 씨 명의로 3000만 원 상당의 차용증을 위조한 혐의, 이를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제시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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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재판부는 A 씨를 다시 데려오라고 명령한 뒤 “선고가 최종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 나타난 사정 등을 종합해 선고형을 정정한다”며 징역 3년을 다시 선고했다. A 씨 1심 판결문에는 “변론 종결 후 판결선고 시점까지 법정 모욕적 발언 등 잘못을 뉘우치는 점이 전혀 없었다”는 양형 이유가 추가됐다.
이에 대해 A 씨는 이미 징역 1년의 선고가 종료됐으므로 이를 임의 변경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변경 선고가 적법하다고 봤다. 다만 “A 씨가 당심에서 재판과정의 잘못된 행동이나 태도를 반성하고 뉘우치는 자세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을 유지하는 것에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판결 선고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절차로서 선고절차를 마쳤을 때 비로소 종료된다”며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선고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낭독한 주문의 내용을 정정해 다시 선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변경 선고를 하는 경우는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판결 내용의 잘못이 발견된 경우 등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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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번 판결은 형사 판결 선고의 종료 시점이 언제인지, 그 과정에서 주문의 변경 선고가 가능한지에 관한 논란을 정리하고 변경 선고가 가능한 한계를 명확히 선언함으로써 향후 하급심 운영의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