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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먹고 “아 배불러~”…열흘간 ‘소식좌’ 따라해봤다

입력 | 2022-05-14 08:00:00

“소식하면 흉선에 지방 덜 쌓여” 연구 결과
전문가 “열량은 줄이되, 필수영양소는 챙겨야”




원래 평소 먹던 양(왼쪽)·절반으로 줄인 양.




“배불러, 배불러.” ‘다 먹은 거냐’는 물음에 방송인 박소현은 두 입만 베어 문 도너츠를 내려놓은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영상에서 치킨을 ‘두 조각’만 집어먹고는 “배불러”라고도 했다. 아침 식사로는 아이스라테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한다고 한다. 개그우먼 김숙이 공개한 박소현의 평소 식사 모습이다.

방송인 박소현과 가수 산다라박의 평소 식사 모습. 김숙 유튜브




지난해 올라온 이 영상은 짤(장면)로 생성돼 최근까지도 인스타그램 등에서 회자되고 있다. 가수 산다라박의 식사량도 비슷하다. 김밥 ‘4알’만 집어먹고는 배부르다며 한 끼 식사를 멈췄다. 가수 겸 작곡가 코드쿤스트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하루 식단이 ‘바나나와 고구만 2개’라고 밝히면서 놀라움을 샀다. 이들의 식사량을 두고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닌,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흔히 ‘먹방’(먹는 방송)이라고 하면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는 유튜브 콘텐츠를 떠올린다. 하지만 요즘은 놀라운 정도로 적은 양을 천천히 씹어 넘기는 ‘소식좌’(小食+좌의 합성어로, 적게 먹는 사람을 뜻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밥 두 공기도 거뜬한’ 대식가의 소식(小食) 체험


기자도 짧게나마 ‘소식좌’가 돼 보기로 했다. 그들처럼 완벽한 소식은 불가능하지만, 적게 먹는 습관이 건강에 좋다고 들어왔기에 열흘만 ‘소식’을 경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사실 기자는 지인들 사이에서 대식가로 불린다. 상황에 따라 한 끼에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우고 김밥은 4알은커녕 2줄도 거뜬히 먹을 만큼 과식 빈도가 잦은 편이다.

시작부터 크게 욕심을 내지 않았다. 실제 소식하는 연예인들처럼 적은 식사량으로는 버틸 자신이 없었기에 평소 먹던 밥 양에서 딱 절반만 덜어냈다. 밥 양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반찬도 적게 먹게 됐다. 과자 등의 간식과 과일도 평소 먹던 양보다 줄여봤다. 초콜릿은 크게 한 조각씩 나눠서 수일간 먹기도 했다.

초반에는 적게 먹는다는 게 익숙지 않았다. ‘더이상 못 먹어~’ 소리가 나올 때까지 먹는 게 일상이 된 상황에서 중간에 수저를 내려놓는 듯 허기가 졌다. 하지만 몸은 금세 적응해갔다. 나흘째부턴 적게 먹어도 아쉽지 않았다. 다만 야식의 유혹은 벗어날 수 없었다.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기에 배부르기 전에 젓가락을 내려놓는 등 평소보다 적게 먹었다.

드라마틱한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체중은 열흘 만에 1.6㎏이 빠졌다. 야식과 간식까지 챙겨먹은 것에 비해서는 꽤 흡족한 결과였다. 열흘간의 소식에 성공했다는 기분 탓인지 아침에 일어날 때도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몸무게가 줄어들면서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 “소식(小食)하면 건강에 도움” 연구 결과로도 증명

ⓒ게티이미지뱅크


소식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연구 결과로도 이미 증명됐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2년 동안 일상생활에서 칼로리 제한을 실천한 그룹의 다양한 생리 지표를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200여 명에게 기준 칼로리 섭취량을 정해줬다. 일부에게는 섭취량을 기준치보다 14% 줄여 소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적게 먹은 그룹은 몸무게와 함께 흉선(가슴샘)이 커지는 변화가 생겼다. 이 흉선은 40세 무렵이 되면 흉선의 70%에 지방이 쌓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식한 그룹 참가자들은 흉선 기능이 활발했고 평균보다 지방이 덜 쌓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식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 전문가가 말하는 건강하게 소식(小食)하는 법

ⓒ게티이미지뱅크


무조건 적게 먹는다고 건강에 좋지는 않을 터. 강재헌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소식은 조금 먹고 참는 게 아닌 영양 균형을 맞추면서도 열량이 높지 않게 먹는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 적게 먹으면 근육이 빠지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포만감이 큰 음식 위주로 섭취하면 좋다”면서 “고기는 지방질이 적은 부위를 채소랑 곁들어 먹거나 해초류와 나물, 쌈 등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기자처럼 평소 식사량의 절반만 먹는 방법은 좋은 소식법이 아니라고 했다. 강 교수는 “(원래 먹던 양에서 절반만 섭취하면) 영양결핍이 온다”며 “탄수화물은 권장량이 없지만, 단백질·칼슘·철분 등은 하루 권장량에 맞게 먹어야 한다”고 했다. “무조건 양을 반으로 줄이면 (영양소가) 전부 반 토막이 난다. 소식에서 중요한 것은 열량은 줄이지만 필수영양소는 줄이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더걸스 출신 배우 안소희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걀 흰자 반 개를 무려 2분 30초간 씹어먹어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 역시 연예계 대표 소식좌다. 강 교수는 “많이 씹는 게 과식과 폭식을 억제한다”고 했다. 그는 “(많이 씹으면) 씹는 과정에서 포만감을 느끼고 또 (포만감이) 빨리 온다”며 “(많이 씹기 때문에) 천천히 먹게 되면서 과식도 안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